정읍의 향기를 품은 천변의 아지트, 아로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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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기반으로 정읍 청년들의 문화 거점을 만들 거예요.”

 

봄이 되면 정읍천에는 벚꽃이 활짝 핍니다. 밝은 분홍꽃잎, 살랑이는 바람,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의 윤슬. 개천을 둘러싼 벚꽃길은 정읍 사람들에게 봄의 추억으로 오래 간직되는 장소에요. 이 벛꽃나무로 둘러쌓인 정읍천 가까이에 분홍 벚꽃을 향으로 담아낸 공간이 생겼습니다. 최근 조인정읍 공유가게에 입점한 ‘아로마무드 정읍’이에요. 고향인 정읍을 자신의 생업을 일굴 홈구장으로 삼은 안태양 대표,  광주전남 지역에서 로컬 기반의 조향사업을 일군 국혜린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곳입니다. 

“Aroma makes your life.” 향이 당신의 인생을 만든다는 아로마 무드의 슬로건처럼, 삶의 향기를 더해주는 정읍의 공유가게 이야기를 전합니다.


정읍에서 '향'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나다



"향기라는 주제와 서로의 사업 타이밍이 맞아 함께하게 되었어요."


조인정읍 2호점으로 ‘아로마무드'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두 대표님의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국혜린(이하 국): 안녕하세요. 아로마무드에서 조향과 상품개발을 담당하는 국혜린입니다.

안태양(이하 안): 정읍에 상주하면서 아로마무드 정읍지부의 매장관리와 카페 업무, 클래스 등을 담당하는 안태양이에요.

‘향기'라는 공통분모는 있지만 각자의 사업을 하던 두 분이 만나 협업하는 가게로 알고 있어요. 함께 일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안: 서울에서 4년 정도 커피 일을 배웠어요. 코로나 이후에는 음식점을 하는 어머니를 도우러 고향인 정읍에 돌아왔죠. 정읍시에서 추진하는, 다섯가지 향기를 정읍의 정체성으로 삼는 ‘정향누리’ 캠페인을 알게 되면서 향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이후 조향작업을 하는 국혜린 선생님을 찾아가 향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때 마침 제가 정읍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 지원사업에 참여 중이었고, 향을 사업 콘텐츠로 잡으면서 지금 조인정읍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나오게 됐습니다.


국: 저는 2015년부터 광주 전남지역에서 조향사업으로 입지를 다져왔어요. 전북대학교 강의 출강을 계기로 정읍과 인연이 닿으면서 정향누리에 대해 알게 됐고요. 관련해 시제품 개발 등 여러 시도를 하던 중 안태양 대표님이 저에게 조향을 배우러 오셨더라고요. 안 대표님은 정읍에서 ‘로컬인 허브’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을 위한 비영리단체를 운영 중이었어요. 정읍에 자리 잡으려고 준비하던 안 대표님의 타이밍, 거기에 정읍에 사업거점을 마련하려던 제 타이밍이 맞아 공유가게에 함께 했어요.



조인정읍이라는 공유가게의 매력



"이 브랜드와 함께 하면 잘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모어앤모어에 이어 조인정읍 2호점으로 입점하셨죠. 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건지, 조인정읍의 메리트를 느꼈다면 어떤 부분에서였는지  궁금해요. 

국: 마침 저희가 협업을 준비 중일 때 조인정읍에서 오프라인 거점에 대한 제안이 왔어요. 안 대표님이 먼저 알고 “정읍에 이런 힙한 편집숍이 있어?” 하고 눈여겨봤데요. 게다가 조인정읍에서 시각적 요소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SNS 활동을 활발히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 브랜드와 함께 하면 잘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조인정읍으로 우리가 준비하는 프로젝트의 시발점을 찍으면서 외부에 홍보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안: 저는 따로 사업자 없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어요. 그러던 중 조인정읍에서 공유가게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온 거예요. 공유가게에 입점하면 이것저것 지원받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매장을 거점으로 뭔가 시도해봐야겠다 싶었죠. 무엇보다 서울에서 정읍으로 내려왔을 때, 이곳 청년들에게 문화 프로그램 같은 체험요소를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봐도 안 해볼 이유가 없겠다 싶어서 조인정읍에 참여했습니다.

아로마무드 매장에 찾아온 사람들은 어떤 걸 경험할 수 있을까요? 놓인 제품들이라던가 매장 공간이 어떤 식으로 구성돼 있는지 등이 궁금해요. 

국: 먼저 향수를 시향해볼 수 있어요. 디퓨저라던가 아로마 룸 스프레이 등 시즌에 맞춰 계절마다 인기 많은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죠. 제품 중에는 정읍천 벛꽃로의 이미지에 맞춰 달콤한 느낌을 주는 디퓨저나 향수들이 있어요. 네 가지 향으로 구성된 ‘멜팅포션’이라는 이름의 제품군이에요. ‘로컬'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아로마무드가 정읍을 거점으로 하는 브랜드임을 보여주려 했어요. 정읍의 오향(정읍의 역사와 문화, 인물, 전통주 등을 아우르는 향. 인향(人香), 성향(聲香), 주향(酒香), 미향(味香), 화향(花香)으로 구분한다)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매력적으로 만든 향 제품들도 있죠. 제품 외에 향을 체험할 수 있는 조향 클래스도 운영돼요. 원데이 클래스와 조향사 자격증을 받는 강사반이 있어요.

 

매장에 직접 찾아오신 분들이라면, 공간 곳곳에 신경을 많이 쓴 게 보일 거예요. 향을 만드는 랩실 같은 느낌을 주는 소품들을 놓았거든요. 시향 세트를 놓아둔 매대도 많이 고민해서 만들었죠. 향이 담긴 제품 패키지의 경우 컬러를 핑크색으로 통일해서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해당 제품을 매장에 둘 때 광주의 로컬 아티스트가 그린 커플 일러스트를 놓아두었죠.

매장을 연 지 얼마 안 됐지만 매장을 찾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혹은 찾아왔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찾아오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 듣고 싶어요.

국: 조인정읍 매장을 오픈한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주변의 농약사 사장님들이 구경 오셨어요. 저희가 떡을 들고 살갑게 인사하러 찾아가니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물건을 구입하시기도 하는데 보통 디퓨저를 사가셨어요.

 

염두에 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단 차가 없는 20대 젊은층을 생각하고 있어요. 이들이 찾아오도록 클래스를 열어볼 생각이에요. 입지가 없는 장소를 부각시키기에 가장 유리한 게 클래스거든요. 클래스의 장점은 브랜드 매장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SNS에서 살펴보고 예약을 하면 그 목적을 확실히 갖고 장소로 온다는 거예요. 클래스 외에 벚꽃 시즌에 맞춰 이벤트를 열어도 괜찮겠다 싶어요. 매장을 갖게 됐으니 해당 장소를 거점으로 정읍 원도심의 상인들과도 연결됐으면 해요.



새 문화를 즐길 준비가 된 곳 '정읍'



"이곳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를 즐길 준비가 돼 있다고 느껴져요."


한 분은 정읍의 안에서, 또 한 분은 정읍의 바깥에서 사업을 고민하다가 조인정읍을 계기로 지역거점을 마련하신 거잖아요. ‘일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사는 지역’이기도 한 정읍의 매력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안: 제가 보기에 정읍은 저희가 하려는 일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향을 테마로 정읍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할 때 조향 클래스를 진행한 적 있거든요. 100분 정도 참가자가 모였고 그중 20대와 30대가 가장 많았죠. 참가자들에게 클래스 피드백을 들었는데 정읍에 체험할 거리가 생겨서 무척 좋다는 거예요. 지금은 매장 공간이 있다 보니 매장 지나가면서 클래스 관련 질문을 하는 분들이 종종 찾아와요. 국 선생님이 기존에 기반을 닦아 놓으신 게 있어서, 전북 과학대나 여성회관에서 클래스 문의가 새로 들어오기도 하고요.


정읍에서 나오는 것들은 라벤더, 구절초 등 자연과 관련된 것들이에요. 소규모 공원도 활성화돼 있는데, 이를테면 정읍사 공원 같은 장소는 시설이 잘 갖춰졌죠. 다른 도시에도 많이 가봤고 그 도시가 주는 각각의 분위기를 알지만 정읍에서만 느껴지는 편안한 분위기가 있어요. 이를 테면 저도 한 30년 넘게 살았지만 내장산 갈 때 항상 기분이 좋거든요. 자연이 없는 도시는 좀 답답한 느낌이 있는데, 정읍은 자연이 주는 메리트라고 할까요? 자연을 곁에 둔 공간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어요.

국: 정읍은 볼수록 신기한 곳이에요. 일단 교통이 매우 편리하죠. 근거리의 장성과 구례, 전주와 광주에서 마음만 먹으면 드라이브 코스로 올 수 있거든요. 자연경관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죠. 그리고 재미있는 게, 정읍 내부의 도시 시설은 다 신식이에요. 새로운 문화가 빨리 들어오고 사람들이 그 문화를 즐길 준비가 돼 있다고 느껴져요. 한 예로 안 대표님의 조향 클래스가 온라인 홍보를 해서 2주만에 100명의 참여자를 모았다는 건 사실 대단한 거거든요. 온라인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사업적으로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정읍의 원도심 상인들은 청년 창업자들에게 호의적이에요. 정읍 상인분들과 우호적인 관계가 만들어져야 여기에서의 사업이 잘 유지되니 중요한 부분이죠.


조인정읍의 공유가게 자체는 6개월이라는 정해진 기간이 있는 단기 프로젝트예요. 혹시 아로마무드를 조인정읍 이후에도 계속 해나가실지, 그렇다면 어떻게 이어나갈 계획인지 알고 싶어요.

국: 꼭 이런 팝업 매장이 아니더라도, 안 대표님의 브랜드인 로컬인 허브와 함께 청년들이 정읍에서 문화적인 뭔가를 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공유가게 매장을 운영하는 기간은 장기적인 거점을 어떻게 준비할지 가늠하는 시간이 될 거고요. 조인정읍에서 시발점을 깔아줬으니 정읍에서 아로마무드와 로컬인허브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정읍의 오향을 활용한 향이나, 멜팅포션처럼 정읍의 장소성을 부각할 때 20대 같은 젊은층이 녹아들게 하는 부분도 고민할 거예요. 이에 대한 상품개발이나 클래스도 준비해야겠죠.


안: 예전부터 공유 오피스 같은 걸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공유가게 같은 공간들이 저는 참 좋아요. 청년창업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정읍에 이런 기회가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도시재생 사업처럼 외부 지원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사업들이 많잖아요. 저의 경우 서울에서 내려와 도시재생 사업도 해보고 국 대표님을 만나 조인정읍도 함께 하게 됐으니까요. 고향을 떠나 취업하는 것 말고 선택지가 없던 친구들에게는 기회예요. 그들이 여러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고, 제가 또래 친구들에게 아는 지식 안에서 멘토가 돼주고 싶어요.



아로마무드 정읍 인스타그램



찾아오는 길 | 전북 정읍시 청수4길 54

이용방법 | 수~월 11:00~20:00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정요한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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