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읍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도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읍에 돌아와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든 공간은 조용히 정읍에 자리 잡아 청년들의 아지트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정읍천변에 자리 잡은 가죽공방, 달루체 공방도 그런 곳 중 하나이지요.
달루체 공방에는 다양한 가죽제품을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국악과 단풍 등 정읍의 특성이 반영된 가죽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지역에서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가죽제품 만들기를 경험하러 사람들이 모이기도 합니다. 때로 달루체 공방은 새로운 활동을 하는 정읍 젊은이들의 작은 살롱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하죠. 이렇게 다양하게 변화하는 가죽공방이라니,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을 품어내는지 궁금해지는 곳. 달루체 공방입니다.
"정읍이라는 지역에서 재미난 일들을 끄집어내고 싶어요."

고향에서 본업과 부업을 꾸리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달루체 공방 대표인 박시윤입니다. 고향이 이곳 정읍이고요. 공방을 운영한지는 6~7년 정도 됐어요. 원래 공방 건물이 좀 오래됐는데 올해 리모델링을 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방 이름인 달루체에 특별한 뜻이 있나요?
제가 달을 좋아해요. 정읍의 상징 중 하나가 달이기도 하고요. 백제가요인 정읍사에는 남편을 기다리며 달에게 소원을 비는 여인의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여기에 이탈리아어로 ‘비추다' 라는 뜻의 ‘루체'라는 단어를 합쳐서 달루체라고 지었어요.
정읍에서 나고 자라 쭉 사회생활까지 하신 거예요?
사회생활은 광주나 전주 쪽에서 했고 서울에도 조금 있었다가 다시 정읍으로 돌아왔어요. 타지에서 상황이 어려울 때 고향 생각이 나더라고요. 어려서부터 고향에서 살아보고 싶었고요. 정읍으로 돌아와 뭔가를 했을 때 마음이 안정되었어요. 공방 고객 중 광주와 전주 고객도 있기 때문에 정읍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읍이 광주와 전주의 가운데 지점이거든요.
본업이 있으시다고요.
댄스스포츠 학원을 운영해요. 가죽공방은 부캐로 운영하고요. 개인 가죽 작업실로 공방을 열면서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했는데 원데이 클래스를 거듭하면서 정규반 문의가 들어왔어요. 부캐가 점점 본캐처럼 커지더라고요(웃음).
활동적인 춤과 차분한 공예라, 전혀 다른 조합이네요.
댄스스포츠 전문선수로 활동하다가 몸에 부상이 왔어요. 병원에서는 다리를 못 쓸 수도 있으니 댄스 스포츠 선수생활을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다리가 완치되어 전라북도 댄스스포츠 감독도 하고 있지만, 그때는 뭘 해서 먹고살지 고민하다가 가죽공예를 취미로 배우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가죽을 무척 좋아한 데다가 “이왕 뭘 배운다면 생산적인 걸 배우자"는 생각으로 가죽을 접한 건데, 배우다 보니 내가 수업을 해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배움이 또 다른 직업으로 연결됐어요.

손 끝에서 나온, 하나뿐인 물건들
"똑같은 디자인이더라도 내 손으로 만든 하나뿐인 제품이거든요."
공방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이 이뤄지나요?
다른 지역에서는 공방을 운영하면 수업이면 수업, 제품 판매면 제품 판매로 하나를 선택해 집중하더라고요. 하지만 정읍에서는 둘 중 하나만 집중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아요. 그래서 저는 제품 판매와 수업을 둘 다 해요. 수업 위주로 돌아가지만 물건 제작 및 판매도 이뤄지죠. 판매되는 물건 중에는 국악기에 들어가는 가죽제품이 있는데, 그 제품으로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린 공예 트렌드 페어에 나가기도 했어요. 전통악기인 해금의 줄을 연주하는 손잡이 부분이 가죽으로 돼 있거든요. 취미로 국악기를 배우러 갔다가 악기에 가죽이 필요한 부분이 눈에 들어와서 만든 거예요. 연주자들의 취향에 맞게 손잡이 부분 가죽을 수제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해금 연주자들이 많이 사가세요.
공방에서 만든 물건 중에 단풍 모양의 가죽 책갈피도 있더라고요. 빨간색, 노란색, 녹색의 색깔 별로 만들어져 있는데 무척 예뻐요.
서울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서 제가 만든 단풍 책갈피를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가죽으로 만든 단풍 모양을 방향제와 같이 매칭하기도 하고, 에어팟 키링 등으로 활용하게 하는 등 다양하게 만들었는데 그때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죠.


운영 중인 공방 클래스 소개도 해주세요.
원데이 클래스는 이미 재단된 가죽들을 이어서 만드는 바느질 위주의 체험이 진행돼요. 정규 클래스는 일주일에 1회, 회당 3시간씩 진행되고요. 클러치나 파우치, 가방을 만들어요. 정읍에 여행을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일주일 전 예약을 해주시면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어요. 정읍에 계시는 분들의 경우 교육청에서 단체로 오시기도 하고요.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이 워크숍으로 오기도 해요. 인스타그램 게시글이나 예전에 적어둔 네이버 블로그 글을 보고 찾아오는 분도 계세요.

✱ 달루체 공방에서 제작 가능한 상품 예시 (달루체 공방 제공)
클래스에 참여하는 분들 반응은 어때요?
가방을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긴 하지만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성취감을 느끼시더라고요. 소품을 만들 때는 금방 결과물이 나오니 재미있어 하시고요. 가죽제품을 만드는 게 생산적인 취미생활이잖아요. 똑같은 디자인으로 만든다 해도 내 손에서 나온 하나뿐인 제품이기도 하고요.
수강생들과 함께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한 번은 집에서 계속 우울하게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워크숍에 등록해 교육을 받았던 여자분이 있어요. 용기를 내서 등록하러 오신 건데 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무척 재미있으셨나 봐요. 밝게 변한 여자분의 모습에 감사했는지 남편분이 고마움을 담아 케이크를 사오 시기도 했죠. 그런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좋은 거죠. 수업이 수강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거잖아요.
정읍에서 재미난 움직임을 만드는 장소
"사람들이 모이는 시도의 공간이 됐으면 해요."
공방 인스타그램이 활성화돼 있어서 놀랐어요. 댓글도 많고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서 정읍 관련 태그를 건 사람들을 찾아가 팔로우했어요. 그런 식으로 조금씩 관계를 쌓아가다 보니 팔로워 수가 많아졌고요. 네이버 블로그나 트위터도 했는데, 다른 채널은 안 맞는 것 같아 인스타그램으로 채널을 좁혀 계속 게시글을 올렸어요.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계속 진행 중인 ‘마셔살롱’이 눈에 들어왔어요. 공방의 워크숍과는 다른 종류의 일인데 이런 행사를 기획한 이유도 궁금해요.
정읍에 살면서 불만이었던 게 ‘할 게 없다’는 거였어요. 정읍에서 사는 다른 청년들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말하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정읍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왜 놀 게 없을까?” 하고 생각해봤어요. 근데 사실 놀 거리는 많아요. 볼링만 쳐도 재미있을 수 있고, 대도시에서 흔히 접하는 전시나 영화 같은 문화는 정읍에도 있거든요. 대도시에 산다 해도 보통 하는 일이 술 마시며 대화하는 선인데, 사람들이 유난히 정읍에서 할 게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았어요. 놀꺼리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면 그걸 해보는 사람이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마셔살롱'이라는 이름으로 한번 시도를 해본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 인스타그램으로만 소통하다가 사람들과 놀아보자 해서 오프라인의 경험으로 연결해서 해본 거죠.

✱ 달루체 공방에서 진행하는 마셔 살롱 포스터 (달루체 공방 제공)
마셔살롱은 어떻게 진행돼요?
마셔살롱에서는 술만 마시지 않아요. 음료는 모임마다 바뀌어요. 첫 번째 ‘마셔'는 와인이었고요. 이번에 하는 마셔살롱에서는 오미자 차를 준비했어요. 찾아오는 사람에게 서로 나이나 이름도 안 물어보고 한 시간 동안 대화를 해요. 그날의 대화 주제는 그냥 제가 자유롭게 던져요. 혹은 게임을 하기도 해요. 지난번에는 낙엽을 던져서 가장 멀리 날린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어요. 이런 취지의 행사가 잘 굴러가는지도 보고,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서 어울리는지도 보는 거지요.
인스타그램에 마셔살롱에 대한 공지를 올렸는데 정읍에서 이렇게 반응하는 분들이 많을 줄은 몰랐어요.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살롱문화가 있잖아요. 마셔 살롱도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다양하고 재미있는 게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런 게 하나의 문화가 됐으면 좋겠기도 해요.
공방에서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니, 달루체 공방이 꼭 무언가를 만드는 공방으로만 자리매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공방을 어떻게 키워나가고 싶으세요?
달루체 공방에서 계속 뭔가를 시도할 것 같아요. 그게 제품일 수도 있고 마셔살롱 같은 문화일 수도 있죠. 공방에서 다양한 것들이 나왔으면 좋겠고 동네 아지트 같은 공간이 돼도 좋을 것 같아요. 정읍이라는 도시 자체는 느린 호흡의 공간이지만, 저로써는 그 안에서 재미있는 일들을 계속 끄집어내고 싶어요. 젊은 친구들을 찾아내서 뭔가를 같이 시도해보는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해야 할까요. 달루체 공방이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도의 공간으로 계속되면 좋겠어요.
찾아오는 길 | 전라북도 정읍시 벚꽃로 472
이용방법 | 수업에 따라 예약제로 진행, 마셔살롱 진행 시 금요일 저녁 8시(인스타그램 DM 문의)
미리보기 | 달루체 공방 인스타그램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백서희 포토그래퍼
최근 정읍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도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읍에 돌아와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든 공간은 조용히 정읍에 자리 잡아 청년들의 아지트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정읍천변에 자리 잡은 가죽공방, 달루체 공방도 그런 곳 중 하나이지요.
달루체 공방에는 다양한 가죽제품을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국악과 단풍 등 정읍의 특성이 반영된 가죽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지역에서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가죽제품 만들기를 경험하러 사람들이 모이기도 합니다. 때로 달루체 공방은 새로운 활동을 하는 정읍 젊은이들의 작은 살롱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하죠. 이렇게 다양하게 변화하는 가죽공방이라니,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을 품어내는지 궁금해지는 곳. 달루체 공방입니다.
"정읍이라는 지역에서 재미난 일들을 끄집어내고 싶어요."
고향에서 본업과 부업을 꾸리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달루체 공방 대표인 박시윤입니다. 고향이 이곳 정읍이고요. 공방을 운영한지는 6~7년 정도 됐어요. 원래 공방 건물이 좀 오래됐는데 올해 리모델링을 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방 이름인 달루체에 특별한 뜻이 있나요?
제가 달을 좋아해요. 정읍의 상징 중 하나가 달이기도 하고요. 백제가요인 정읍사에는 남편을 기다리며 달에게 소원을 비는 여인의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여기에 이탈리아어로 ‘비추다' 라는 뜻의 ‘루체'라는 단어를 합쳐서 달루체라고 지었어요.
정읍에서 나고 자라 쭉 사회생활까지 하신 거예요?
사회생활은 광주나 전주 쪽에서 했고 서울에도 조금 있었다가 다시 정읍으로 돌아왔어요. 타지에서 상황이 어려울 때 고향 생각이 나더라고요. 어려서부터 고향에서 살아보고 싶었고요. 정읍으로 돌아와 뭔가를 했을 때 마음이 안정되었어요. 공방 고객 중 광주와 전주 고객도 있기 때문에 정읍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읍이 광주와 전주의 가운데 지점이거든요.
본업이 있으시다고요.
댄스스포츠 학원을 운영해요. 가죽공방은 부캐로 운영하고요. 개인 가죽 작업실로 공방을 열면서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했는데 원데이 클래스를 거듭하면서 정규반 문의가 들어왔어요. 부캐가 점점 본캐처럼 커지더라고요(웃음).
활동적인 춤과 차분한 공예라, 전혀 다른 조합이네요.
댄스스포츠 전문선수로 활동하다가 몸에 부상이 왔어요. 병원에서는 다리를 못 쓸 수도 있으니 댄스 스포츠 선수생활을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다리가 완치되어 전라북도 댄스스포츠 감독도 하고 있지만, 그때는 뭘 해서 먹고살지 고민하다가 가죽공예를 취미로 배우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가죽을 무척 좋아한 데다가 “이왕 뭘 배운다면 생산적인 걸 배우자"는 생각으로 가죽을 접한 건데, 배우다 보니 내가 수업을 해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배움이 또 다른 직업으로 연결됐어요.
손 끝에서 나온, 하나뿐인 물건들
"똑같은 디자인이더라도 내 손으로 만든 하나뿐인 제품이거든요."
공방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이 이뤄지나요?
다른 지역에서는 공방을 운영하면 수업이면 수업, 제품 판매면 제품 판매로 하나를 선택해 집중하더라고요. 하지만 정읍에서는 둘 중 하나만 집중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아요. 그래서 저는 제품 판매와 수업을 둘 다 해요. 수업 위주로 돌아가지만 물건 제작 및 판매도 이뤄지죠. 판매되는 물건 중에는 국악기에 들어가는 가죽제품이 있는데, 그 제품으로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린 공예 트렌드 페어에 나가기도 했어요. 전통악기인 해금의 줄을 연주하는 손잡이 부분이 가죽으로 돼 있거든요. 취미로 국악기를 배우러 갔다가 악기에 가죽이 필요한 부분이 눈에 들어와서 만든 거예요. 연주자들의 취향에 맞게 손잡이 부분 가죽을 수제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해금 연주자들이 많이 사가세요.
공방에서 만든 물건 중에 단풍 모양의 가죽 책갈피도 있더라고요. 빨간색, 노란색, 녹색의 색깔 별로 만들어져 있는데 무척 예뻐요.
서울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서 제가 만든 단풍 책갈피를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가죽으로 만든 단풍 모양을 방향제와 같이 매칭하기도 하고, 에어팟 키링 등으로 활용하게 하는 등 다양하게 만들었는데 그때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죠.
운영 중인 공방 클래스 소개도 해주세요.
원데이 클래스는 이미 재단된 가죽들을 이어서 만드는 바느질 위주의 체험이 진행돼요. 정규 클래스는 일주일에 1회, 회당 3시간씩 진행되고요. 클러치나 파우치, 가방을 만들어요. 정읍에 여행을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일주일 전 예약을 해주시면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어요. 정읍에 계시는 분들의 경우 교육청에서 단체로 오시기도 하고요.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이 워크숍으로 오기도 해요. 인스타그램 게시글이나 예전에 적어둔 네이버 블로그 글을 보고 찾아오는 분도 계세요.
✱ 달루체 공방에서 제작 가능한 상품 예시 (달루체 공방 제공)
클래스에 참여하는 분들 반응은 어때요?
가방을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긴 하지만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성취감을 느끼시더라고요. 소품을 만들 때는 금방 결과물이 나오니 재미있어 하시고요. 가죽제품을 만드는 게 생산적인 취미생활이잖아요. 똑같은 디자인으로 만든다 해도 내 손에서 나온 하나뿐인 제품이기도 하고요.
수강생들과 함께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한 번은 집에서 계속 우울하게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워크숍에 등록해 교육을 받았던 여자분이 있어요. 용기를 내서 등록하러 오신 건데 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무척 재미있으셨나 봐요. 밝게 변한 여자분의 모습에 감사했는지 남편분이 고마움을 담아 케이크를 사오 시기도 했죠. 그런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좋은 거죠. 수업이 수강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거잖아요.
정읍에서 재미난 움직임을 만드는 장소
"사람들이 모이는 시도의 공간이 됐으면 해요."
공방 인스타그램이 활성화돼 있어서 놀랐어요. 댓글도 많고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서 정읍 관련 태그를 건 사람들을 찾아가 팔로우했어요. 그런 식으로 조금씩 관계를 쌓아가다 보니 팔로워 수가 많아졌고요. 네이버 블로그나 트위터도 했는데, 다른 채널은 안 맞는 것 같아 인스타그램으로 채널을 좁혀 계속 게시글을 올렸어요.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계속 진행 중인 ‘마셔살롱’이 눈에 들어왔어요. 공방의 워크숍과는 다른 종류의 일인데 이런 행사를 기획한 이유도 궁금해요.
정읍에 살면서 불만이었던 게 ‘할 게 없다’는 거였어요. 정읍에서 사는 다른 청년들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말하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정읍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왜 놀 게 없을까?” 하고 생각해봤어요. 근데 사실 놀 거리는 많아요. 볼링만 쳐도 재미있을 수 있고, 대도시에서 흔히 접하는 전시나 영화 같은 문화는 정읍에도 있거든요. 대도시에 산다 해도 보통 하는 일이 술 마시며 대화하는 선인데, 사람들이 유난히 정읍에서 할 게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았어요. 놀꺼리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면 그걸 해보는 사람이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마셔살롱'이라는 이름으로 한번 시도를 해본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 인스타그램으로만 소통하다가 사람들과 놀아보자 해서 오프라인의 경험으로 연결해서 해본 거죠.
✱ 달루체 공방에서 진행하는 마셔 살롱 포스터 (달루체 공방 제공)
마셔살롱은 어떻게 진행돼요?
마셔살롱에서는 술만 마시지 않아요. 음료는 모임마다 바뀌어요. 첫 번째 ‘마셔'는 와인이었고요. 이번에 하는 마셔살롱에서는 오미자 차를 준비했어요. 찾아오는 사람에게 서로 나이나 이름도 안 물어보고 한 시간 동안 대화를 해요. 그날의 대화 주제는 그냥 제가 자유롭게 던져요. 혹은 게임을 하기도 해요. 지난번에는 낙엽을 던져서 가장 멀리 날린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어요. 이런 취지의 행사가 잘 굴러가는지도 보고,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서 어울리는지도 보는 거지요.
인스타그램에 마셔살롱에 대한 공지를 올렸는데 정읍에서 이렇게 반응하는 분들이 많을 줄은 몰랐어요.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살롱문화가 있잖아요. 마셔 살롱도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다양하고 재미있는 게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런 게 하나의 문화가 됐으면 좋겠기도 해요.
공방에서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니, 달루체 공방이 꼭 무언가를 만드는 공방으로만 자리매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공방을 어떻게 키워나가고 싶으세요?
달루체 공방에서 계속 뭔가를 시도할 것 같아요. 그게 제품일 수도 있고 마셔살롱 같은 문화일 수도 있죠. 공방에서 다양한 것들이 나왔으면 좋겠고 동네 아지트 같은 공간이 돼도 좋을 것 같아요. 정읍이라는 도시 자체는 느린 호흡의 공간이지만, 저로써는 그 안에서 재미있는 일들을 계속 끄집어내고 싶어요. 젊은 친구들을 찾아내서 뭔가를 같이 시도해보는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해야 할까요. 달루체 공방이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도의 공간으로 계속되면 좋겠어요.
찾아오는 길 | 전라북도 정읍시 벚꽃로 472
이용방법 | 수업에 따라 예약제로 진행, 마셔살롱 진행 시 금요일 저녁 8시(인스타그램 DM 문의)
미리보기 | 달루체 공방 인스타그램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백서희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