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9월의 초입입니다. 곧 10월과 11월, 정읍의 절정인 가을 시기가 다가오죠. 초록 나무로 우거진 정읍천도, 멋진 산세를 드러낸 내장산이 곧 선명한 붉은색으로 물들 준비를 시작합니다. 샘고을 시장에도 가을과 추석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발길로 점점 분주해지지요.
이런 정읍천과 샘고을 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가지. 우뚝 솟은 시기동성당 주변 골목에 작은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환한 표정으로 즐겁게 떡을 만드는 박홍진 대표의 퓨전떡 공방 ‘소소온’입니다. 정읍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다는 그. 대학교를 나와 직장생활을 할 때까지 쭉 타지에서 지내다가 우연히 배운 떡의 매력에 빠졌다는데요.
소소온에 대해, 퓨전떡에 대해 말할 때 박 대표의 표정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나가는 사람에게서 우러나오는 건강함.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마음으로 자신이 사는 곳의 빈틈을 채워가고 싶다 말하는, 그 맑은 느낌은 직접 만든 떡에 고스란히 담겨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고향에서 열게 된 나만의 퓨전떡 공방
“가게를 차린다면 이런 퓨전떡 카페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Q. 소소온을 열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대학교에서 식품공학과를 전공해 대학원까지 나와 연구원 생활을 했어요. 어릴 때부터 식품 연구원이 되는 게 꿈이었거든요. 근데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달라 회의감을 많이 느꼈어요. 마침 그때 취미로 베이킹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퓨전 떡 만드는 법을 배운 거예요. 제 자취집 주변에 퓨전 떡카페가 생겨서 친구와 찾아가 사먹기도 했는데 정말 맛있었죠. 이제껏 알던 떡과는 생김새도 맛도 달랐어요.
Q.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을 쭉 갖고 계셨던 거네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떡의 어떤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 거예요?
떡을 찌는 시간 동안은 마음이 편해져요. 쌀가루에 넣는 물의 양에 따라 식감 차이가 나는 것도 신기하고요. 떡 만들기 자체가 너무 재밌었고 떡의 매력에 빠져 맛있는 떡을 먹으러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나중에 가게를 차리면 이런 퓨전떡 카페를 해도 괜찮겠다”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Q. 사회생활을 하던 지역에서 일적인 기반을 다져왔을 텐데, 고향인 정읍에서 가게를 열기로 결정하셨죠. 독립해 살던 곳에서 가게를 열고 싶진 않으셨어요?
처음에는 많이 고민했어요. 타지에서 사업을 시작하면 아는 사람도 적고 생활하기에 외로울 것 같았어요. 정읍에 가족과 친구가 있으니, 여기서 가게를 열고 아는 사람들이 찾아와 입소문이 생기다 보면 점점 성장할 거라 생각했어요.

Q. 실제로 가게를 열어보니 어땠나요?
시작하기 전까지는 두려움이 컸어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해나갔어요. 쌀로 만든 쿠키나 구워서 만드는 떡 등 한 달에 한 번 타지에 가서 새로운 메뉴 만드는 법을 배우며 메뉴의 가짓수를 점점 늘려갔어요.
소소온이 전하는 퓨전떡의 매력
“레시피도 새롭지만 케이크를 꾸밀 때 심플하면서도 포인트가 있게끔 신경써요.”

Q. 소소온의 떡 메뉴들을 보면 화려한 꽃모양의 앙금으로 장식된, 이제까지 알던 떡케이크와도 다르더라고요. 순수 케이크, 흑임자 케이크, 초코 케이크 등 일반 조각 케이크와 다를 바 없는 메뉴들이 보이는 것도 재미있구요.
떡 케이크라고 하면 개별 포장된 찰떡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케이크나 앙금 플라워 케이크를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저를 포함해 요즘 사람들이 시도하는 떡케이크는 만드는 방식이 조금 달라요. 디저트를 만들 때 쓰는 생크림을 베이스로 해서 만든 거거든요. 일반적으로 먹는 빵 케이크와 떡의 중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레시피 부분도 새롭지만 케이크를 꾸밀 때 심플하면서도 어떤 포인트가 있게끔 신경써서 만들어요.
옛날 떡집을 생각하는 어르신들의 눈에는 생소할 수 있지만, 소소온의 퓨전떡들은 미리 만들어진 걸 팔지 않아요. 사전 주문 후 만들어지죠. 그런 점에서 선물받는 분께 더 큰 정성과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특히 명절이나 가정의 달, 수능 같은 때에는 그때에만 선보이는 제품들로 구성한 선물세트도 있어요.
Q. 처음 공방을 열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소소온이 그간 많이 성장한 걸 알 수 있네요.
초반에는 찾아오는 분들이 적었어요. 지금은 온라인 공간에서 좋은 내용의 후기를 남겨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가게를 운영하며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런 좋은 말들을 들으면 보람을 크게 느끼죠. 그중 기억에 남는 말은 어떤 할아버님의 생일 케이크 주문 후기에요. 주문 후 한 달 정도 뒤에 후기가 왔는데 그게 그 할아버지의 마지막 케이크가 됐다는 거였어요. 할아버지가 맛있게 드셨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주시더라고요. 그 후기를 보면서 내 일이 단순한 케이크 만들기를 넘어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Q. 자신이 만든 무언가가 누군가의 삶의 순간에서 의미가 될 때 뿌듯하죠. 무엇보다 케이크는 사람들의 인생에서 꽤 많은 순간에 쓰이잖아요.
케이크를 만들면서 그런 생각이 진짜 많이 들어요.
소소온을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
“근처 카페 사장님, 단골이자 친구, 클래스에서 만난 어르신 등 여러 사람을 만났어요.”
Q. 손님들과의 에피소드 외에 주변 이웃과의 관계도 궁금해요. 혹시 친한 이웃가게가 있나요? 회사 다닐 때 동료를 만나는 것과 자기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가까이 지내는 이웃이 있는 거. 누군가 곁에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관계망의 느낌이 다를 것 같아서요.
일하다가 단 게 먹고 싶어서 어떤 디저트 가게가 있나 찾아보고 간 근처 카페가 있어요. 그곳 사장님도 제 또래더라고요. 여러 번 찾아가 서로 힘든 얘기하고 이러면서 친해졌죠. 단골이자 친구인 관계도 생겼어요. 중학교 동창인데 졸업 후 연락을 안 하다가 제 가게에 손님으로 온 거예요. 처음에는 서로 못 알아봤는데 나중에 알아보면서 친해졌어요.
Q. 요즘 정읍에서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하는 청년 대표님들의 가게들이 그렇지만, 대표님 역시 인스타그램 운영을 꾸준히 하시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덕분에 소소온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어 좋더라고요. 1인 사업체로 운영 중인데 온라인 홍보까지 하기 어렵진 않으셨어요?
개인 계정으로도 인스타그램 하는 걸 좋아했었던 터라 인스타그램 운영에 좀더 수월했어요. 다만 네이버 블로그는 글쓰기에 대한 센스가 더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그 부분이 아직은 좀 어려워요.

Q.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보면 메뉴 사진 외에 떡 만들기 클래스 소식도 올라오더라고요. 원래 클래스도 해볼 계획이 있었나요?
떡케이크 만들기 클래스는 가게를 6개월 정도 운영해보고 경험이 쌓였을 때 시작하려 했어요. 신기하게도 오픈 3개월 정도 됐을 때 지역의 공공기관에서 클래스 운영을 요청해주시더라고요. 두려움이 크긴 했는데 한번 해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진행했어요. 경험이 생기니 소문이 나서 여러 기관에서 클래스 문의를 해주시고 저에게 직접 배우러 오는 분들도 계셨어요. 출강 요청을 해준 기관들 중 연말 기부행사에 참여 가능한지 물어보셔서 함께한 적도 있죠. 제가 직접 저를 알리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계속 연결이 일어나요.

Q. 클래스에 어떤 분들이 찾아오나요? 클래스 하면서 어떤 부분을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수강생들 중 나이 든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할 때 이런 짤주머니 쓰는 게 처음이라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세요. 베이킹을 일로 하는 사람이 아니면 일상에서 짤주머니를 사용하는 경험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무척 보람되고 기분이 좋아요. 그분들이 저보다 많은 인생을 살았지만 제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드리는 거니까요.
고향에서 어우러진 일과 삶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요.”
Q. 소소온을 시작한 지 1년, 짧은 기간이지만 그래도 4계절을 모두 경험한 시간이에요. 고향인 정읍에서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하는 삶을 돌아보니 어떤가요?
예전에는 회사 끝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돼 쓰러져서 금방 잠들었어요.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지다 보니까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볼 때 회사 다닐 때보다 지금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고 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요. 가족들이랑 같이 생활하니까 힘들어도 기댈 수 있고요.

Q. 일하는 곳이자 사는 곳이기도 한 정읍의 매력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정읍은 제가 오랫동안 살아와서 지리적으로 잘 안다는 점이 좋아요. 가까이에 산도 있고 1시간 이내로 바다를 보러 갈 수 있어요. 시끄러운 일도 많이 없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곳이죠. 사람이 적긴 하지만 그점이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는 듯해요.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제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뮤지컬 공연팀에서 단원으로 활동하거든요. 정읍 톡톡이라는 네이버 밴드에서 뮤지컬 공연팀 단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신청했어요. 뮤지컬 경험은 처음이지만 대학생활 할 때 공연 관련된 동아리를 한 적 있어서 공연에 대한 관심이 있었어요. 공연팀에 들어가니 초등학생도 있고 어르신들도 계시는 등 연령대가 다양하더라고요. 연습하는 시간도 길고 공연을 함께 하다 보니 나이에 상관 없이 많이 친해졌어요. 가게 일이 바쁠 때는 본업을 우선해야 하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참여하는 중이에요.
Q.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문화생활이라니 멋지네요. 이밖에도 자주 가는 정읍의 장소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친구들을 만나면 내장산 생태공원을 자주 가요.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저희끼리 맛있는 거 싸가서 돗자리 펴놓고 노는 거예요. 생태공원에 가면 나무도 푸릇푸릇하고 꽃도 있으니 사진 찍고 피크닉하기에 좋아서 자주 가고, 그게 아니면 정읍천을 산책하기도 해요. 정읍시립미술관에서는 항상 전시가 열리는데 미술관에 갈 때마다 바로 밑에 있는 카페를 찾아가요. 그곳에서 정읍 시내가 쭉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좋아해요.

Q. 소소온을 운영하며 경험하는 일상, 정읍에서의 삶이 주는 즐거움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어요. 혹은 소소온에 찾아올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사람들이 퓨전 떡을 더 많이 접하게 하고 싶어요. 차와 함께 마실 수 있게끔 한식 디저트로 더 전문화하거나 클래스를 여는 공간을 마련하고도 싶고요. 전주 초코파이나 춘천 감자빵, 해남 고구마빵 이런 것처럼 그 지역에 가면 사오게 되는 기념품들이 있잖아요. 정읍에 여행왔을 때 쇼핑백에 들고 갈 수 있는 그런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이 퓨전떡 분야에서 채워야 할 부분을 배우고 새롭게 내놓는 것들이 있어요. 떡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정읍에 없는 새로운 떡들을 많이 선보일 거예요. 그런 방식으로 이곳의 빈틈을 채워가고 싶어요.
주소: 전라북도 정읍시 태평2길 12
이용시간 : 100% 주문 예약제
전화 : 010.3283.2021(전화X, 문자O)
SNS: https://www.instagram.com/so.so.on/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백서희 포토그래퍼
어느덧 9월의 초입입니다. 곧 10월과 11월, 정읍의 절정인 가을 시기가 다가오죠. 초록 나무로 우거진 정읍천도, 멋진 산세를 드러낸 내장산이 곧 선명한 붉은색으로 물들 준비를 시작합니다. 샘고을 시장에도 가을과 추석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발길로 점점 분주해지지요.
이런 정읍천과 샘고을 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가지. 우뚝 솟은 시기동성당 주변 골목에 작은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환한 표정으로 즐겁게 떡을 만드는 박홍진 대표의 퓨전떡 공방 ‘소소온’입니다. 정읍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다는 그. 대학교를 나와 직장생활을 할 때까지 쭉 타지에서 지내다가 우연히 배운 떡의 매력에 빠졌다는데요.
소소온에 대해, 퓨전떡에 대해 말할 때 박 대표의 표정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나가는 사람에게서 우러나오는 건강함.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마음으로 자신이 사는 곳의 빈틈을 채워가고 싶다 말하는, 그 맑은 느낌은 직접 만든 떡에 고스란히 담겨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고향에서 열게 된 나만의 퓨전떡 공방
“가게를 차린다면 이런 퓨전떡 카페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Q. 소소온을 열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대학교에서 식품공학과를 전공해 대학원까지 나와 연구원 생활을 했어요. 어릴 때부터 식품 연구원이 되는 게 꿈이었거든요. 근데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달라 회의감을 많이 느꼈어요. 마침 그때 취미로 베이킹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퓨전 떡 만드는 법을 배운 거예요. 제 자취집 주변에 퓨전 떡카페가 생겨서 친구와 찾아가 사먹기도 했는데 정말 맛있었죠. 이제껏 알던 떡과는 생김새도 맛도 달랐어요.
Q.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을 쭉 갖고 계셨던 거네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떡의 어떤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 거예요?
떡을 찌는 시간 동안은 마음이 편해져요. 쌀가루에 넣는 물의 양에 따라 식감 차이가 나는 것도 신기하고요. 떡 만들기 자체가 너무 재밌었고 떡의 매력에 빠져 맛있는 떡을 먹으러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나중에 가게를 차리면 이런 퓨전떡 카페를 해도 괜찮겠다”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Q. 사회생활을 하던 지역에서 일적인 기반을 다져왔을 텐데, 고향인 정읍에서 가게를 열기로 결정하셨죠. 독립해 살던 곳에서 가게를 열고 싶진 않으셨어요?
처음에는 많이 고민했어요. 타지에서 사업을 시작하면 아는 사람도 적고 생활하기에 외로울 것 같았어요. 정읍에 가족과 친구가 있으니, 여기서 가게를 열고 아는 사람들이 찾아와 입소문이 생기다 보면 점점 성장할 거라 생각했어요.
Q. 실제로 가게를 열어보니 어땠나요?
시작하기 전까지는 두려움이 컸어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해나갔어요. 쌀로 만든 쿠키나 구워서 만드는 떡 등 한 달에 한 번 타지에 가서 새로운 메뉴 만드는 법을 배우며 메뉴의 가짓수를 점점 늘려갔어요.
소소온이 전하는 퓨전떡의 매력
“레시피도 새롭지만 케이크를 꾸밀 때 심플하면서도 포인트가 있게끔 신경써요.”
Q. 소소온의 떡 메뉴들을 보면 화려한 꽃모양의 앙금으로 장식된, 이제까지 알던 떡케이크와도 다르더라고요. 순수 케이크, 흑임자 케이크, 초코 케이크 등 일반 조각 케이크와 다를 바 없는 메뉴들이 보이는 것도 재미있구요.
떡 케이크라고 하면 개별 포장된 찰떡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케이크나 앙금 플라워 케이크를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저를 포함해 요즘 사람들이 시도하는 떡케이크는 만드는 방식이 조금 달라요. 디저트를 만들 때 쓰는 생크림을 베이스로 해서 만든 거거든요. 일반적으로 먹는 빵 케이크와 떡의 중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레시피 부분도 새롭지만 케이크를 꾸밀 때 심플하면서도 어떤 포인트가 있게끔 신경써서 만들어요.
옛날 떡집을 생각하는 어르신들의 눈에는 생소할 수 있지만, 소소온의 퓨전떡들은 미리 만들어진 걸 팔지 않아요. 사전 주문 후 만들어지죠. 그런 점에서 선물받는 분께 더 큰 정성과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특히 명절이나 가정의 달, 수능 같은 때에는 그때에만 선보이는 제품들로 구성한 선물세트도 있어요.
Q. 처음 공방을 열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소소온이 그간 많이 성장한 걸 알 수 있네요.
초반에는 찾아오는 분들이 적었어요. 지금은 온라인 공간에서 좋은 내용의 후기를 남겨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가게를 운영하며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런 좋은 말들을 들으면 보람을 크게 느끼죠. 그중 기억에 남는 말은 어떤 할아버님의 생일 케이크 주문 후기에요. 주문 후 한 달 정도 뒤에 후기가 왔는데 그게 그 할아버지의 마지막 케이크가 됐다는 거였어요. 할아버지가 맛있게 드셨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주시더라고요. 그 후기를 보면서 내 일이 단순한 케이크 만들기를 넘어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Q. 자신이 만든 무언가가 누군가의 삶의 순간에서 의미가 될 때 뿌듯하죠. 무엇보다 케이크는 사람들의 인생에서 꽤 많은 순간에 쓰이잖아요.
케이크를 만들면서 그런 생각이 진짜 많이 들어요.
소소온을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
“근처 카페 사장님, 단골이자 친구, 클래스에서 만난 어르신 등 여러 사람을 만났어요.”
Q. 손님들과의 에피소드 외에 주변 이웃과의 관계도 궁금해요. 혹시 친한 이웃가게가 있나요? 회사 다닐 때 동료를 만나는 것과 자기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가까이 지내는 이웃이 있는 거. 누군가 곁에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관계망의 느낌이 다를 것 같아서요.
일하다가 단 게 먹고 싶어서 어떤 디저트 가게가 있나 찾아보고 간 근처 카페가 있어요. 그곳 사장님도 제 또래더라고요. 여러 번 찾아가 서로 힘든 얘기하고 이러면서 친해졌죠. 단골이자 친구인 관계도 생겼어요. 중학교 동창인데 졸업 후 연락을 안 하다가 제 가게에 손님으로 온 거예요. 처음에는 서로 못 알아봤는데 나중에 알아보면서 친해졌어요.
Q. 요즘 정읍에서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하는 청년 대표님들의 가게들이 그렇지만, 대표님 역시 인스타그램 운영을 꾸준히 하시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덕분에 소소온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어 좋더라고요. 1인 사업체로 운영 중인데 온라인 홍보까지 하기 어렵진 않으셨어요?
개인 계정으로도 인스타그램 하는 걸 좋아했었던 터라 인스타그램 운영에 좀더 수월했어요. 다만 네이버 블로그는 글쓰기에 대한 센스가 더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그 부분이 아직은 좀 어려워요.
Q.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보면 메뉴 사진 외에 떡 만들기 클래스 소식도 올라오더라고요. 원래 클래스도 해볼 계획이 있었나요?
떡케이크 만들기 클래스는 가게를 6개월 정도 운영해보고 경험이 쌓였을 때 시작하려 했어요. 신기하게도 오픈 3개월 정도 됐을 때 지역의 공공기관에서 클래스 운영을 요청해주시더라고요. 두려움이 크긴 했는데 한번 해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진행했어요. 경험이 생기니 소문이 나서 여러 기관에서 클래스 문의를 해주시고 저에게 직접 배우러 오는 분들도 계셨어요. 출강 요청을 해준 기관들 중 연말 기부행사에 참여 가능한지 물어보셔서 함께한 적도 있죠. 제가 직접 저를 알리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계속 연결이 일어나요.
Q. 클래스에 어떤 분들이 찾아오나요? 클래스 하면서 어떤 부분을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수강생들 중 나이 든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할 때 이런 짤주머니 쓰는 게 처음이라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세요. 베이킹을 일로 하는 사람이 아니면 일상에서 짤주머니를 사용하는 경험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무척 보람되고 기분이 좋아요. 그분들이 저보다 많은 인생을 살았지만 제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드리는 거니까요.
고향에서 어우러진 일과 삶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요.”
Q. 소소온을 시작한 지 1년, 짧은 기간이지만 그래도 4계절을 모두 경험한 시간이에요. 고향인 정읍에서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하는 삶을 돌아보니 어떤가요?
예전에는 회사 끝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돼 쓰러져서 금방 잠들었어요.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지다 보니까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볼 때 회사 다닐 때보다 지금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고 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요. 가족들이랑 같이 생활하니까 힘들어도 기댈 수 있고요.
Q. 일하는 곳이자 사는 곳이기도 한 정읍의 매력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정읍은 제가 오랫동안 살아와서 지리적으로 잘 안다는 점이 좋아요. 가까이에 산도 있고 1시간 이내로 바다를 보러 갈 수 있어요. 시끄러운 일도 많이 없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곳이죠. 사람이 적긴 하지만 그점이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는 듯해요.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제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뮤지컬 공연팀에서 단원으로 활동하거든요. 정읍 톡톡이라는 네이버 밴드에서 뮤지컬 공연팀 단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신청했어요. 뮤지컬 경험은 처음이지만 대학생활 할 때 공연 관련된 동아리를 한 적 있어서 공연에 대한 관심이 있었어요. 공연팀에 들어가니 초등학생도 있고 어르신들도 계시는 등 연령대가 다양하더라고요. 연습하는 시간도 길고 공연을 함께 하다 보니 나이에 상관 없이 많이 친해졌어요. 가게 일이 바쁠 때는 본업을 우선해야 하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참여하는 중이에요.
Q.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문화생활이라니 멋지네요. 이밖에도 자주 가는 정읍의 장소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친구들을 만나면 내장산 생태공원을 자주 가요.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저희끼리 맛있는 거 싸가서 돗자리 펴놓고 노는 거예요. 생태공원에 가면 나무도 푸릇푸릇하고 꽃도 있으니 사진 찍고 피크닉하기에 좋아서 자주 가고, 그게 아니면 정읍천을 산책하기도 해요. 정읍시립미술관에서는 항상 전시가 열리는데 미술관에 갈 때마다 바로 밑에 있는 카페를 찾아가요. 그곳에서 정읍 시내가 쭉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좋아해요.
Q. 소소온을 운영하며 경험하는 일상, 정읍에서의 삶이 주는 즐거움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어요. 혹은 소소온에 찾아올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사람들이 퓨전 떡을 더 많이 접하게 하고 싶어요. 차와 함께 마실 수 있게끔 한식 디저트로 더 전문화하거나 클래스를 여는 공간을 마련하고도 싶고요. 전주 초코파이나 춘천 감자빵, 해남 고구마빵 이런 것처럼 그 지역에 가면 사오게 되는 기념품들이 있잖아요. 정읍에 여행왔을 때 쇼핑백에 들고 갈 수 있는 그런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이 퓨전떡 분야에서 채워야 할 부분을 배우고 새롭게 내놓는 것들이 있어요. 떡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정읍에 없는 새로운 떡들을 많이 선보일 거예요. 그런 방식으로 이곳의 빈틈을 채워가고 싶어요.
주소: 전라북도 정읍시 태평2길 12
이용시간 : 100% 주문 예약제
전화 : 010.3283.2021(전화X, 문자O)
SNS: https://www.instagram.com/so.so.on/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백서희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