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움직여 나무를 깎고 자신감을 쌓는 공간, 가구 잘 만드는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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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공구, 향이 감도는 나무 목재들, 나무 작업물을 담은 각종 참고 서적까지 쌓인 공간.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유리창 너머를 엿봅니다. 나무 도마에 슬쩍 눈길을 보내기도 하고, 직접 만들어볼 수 있을지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이곳은 망치로 나무를 두드리는 마냥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는 가구 공방입니다. 일상과 생업을 모두 정읍에서 일궈온 사람이 만드는 아늑한 공간, 나무 잘 만드는 공방을 찾았습니다.



정읍 토박이, 고향에서 가구 공방을 차리다


안녕하세요. 본인과 공방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가구 잘 만드는 공방’을 운영하는 이석훈입니다. 쭉 정읍에서 살아왔고요. 공방을 운영한 지는 4년 정도 됐어요. 손님들이 원하는 크기와 색상, 기능을 의뢰하면 그에 꼭 맞는 가구를 만듭니다. 수강생을 받아 교육하는 일도 하고요.



공방을 열기 전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쭉 목공 일을 해오셨나요?

3, 4년 남짓 일반 사무직으로 일했어요. 당시 자취방 근처에 공방이 하나 있었는데 관심만 있었지 방문한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목공 공방에 취업하게 됐어요. 무력감을 느끼던 시기였는데 공방에서 나무 제품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손을 움직이다 보니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목공에 대한 매력과 보람을 찾은 거네요.

손으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내가 뭔가를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게 조금씩 발전하면서 목공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이후 공방에서 3년간 목공 기술을 배우면서 준비하다가 지금의 공방 자리에 자리를 잡았어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가구 공방으로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자기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의 첫걸음을 떼는 것도 그렇고요. 지금껏 운영해온 과정은 어떠셨어요?

초반에는 기술이 미미했어요. 공방이 알려져 있지도 않았고요. 당연히 주문이 별로 없었는데 1년이 지나면서 주문이 어느 정도 들어오고,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훨씬 나아졌죠. 한 해 한 해 쌓이다 보니 4년 차가 되었지요. 내 기술, 내 일이 있으니 이전의 삶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켜켜이 쌓인 나뭇결처럼 가구로 전해지는 마음



공방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주로 어떤 걸 만드세요?

주문 제작으로 납품할 때는 식탁이나 수납장, 책장 위주로 만들어요.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우드 카빙으로 숟가락이나 도마를 만들고요. 스푼이나 주걱을 만드는 데는 두 시간 정도, 도마의 경우 두세 시간이면 초보자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장비나 나무 재료는 모두 공방에 있고요. 정읍 여행을 계획한다면 공방에 와서 단풍나무로 나만의 굿즈를 만들어볼 수도 있어요.


단풍나무라 하시니 자연스럽게 내장산 단풍이 생각나요. 사용되는 나무의 특징도 궁금해지고요.

나무를 깎다 보면 알 수 있는데, 단풍나무는 무늬가 상당히 예뻐요. 결이 잔잔하고 은은하죠. 잎이 넓은 활엽수는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나무 조직이 오밀조밀하면서 단단하고 무거워요. 고급 가구에는 활엽수를 주로 쓰지요. 침엽수는 빨리 자라는 대신 나무가 좀 부드럽고요. 


다른 가구들도 대표님의 손을 거쳐 필요가 있는 여러 곳으로 갔을 텐데요.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 시간이 걸리고 금액이 조금 더 나와도 괜찮으니 더 꼼꼼하게 해 달라 하시면 제작자 입장에서 감사한 일이지요. 저처럼 혼자 운영하는 공방은 물건을 제작하는 데 드는 노력도 상당하거든요. 빨리 만들라고 재촉하면 퀄리티가 떨어지기도 하고요.



오랜 시간, 정읍을 배경으로 쌓는 일상


정읍에서 가구를 만드는 삶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한 곳에 머무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혹시 정읍을 벗어나 뭔가를 해보고 싶지는 않으셨어요?

저는 정읍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삶 자체가 정읍에 있었으면 해요. 친구들도 여기에 있고요. 다른 지역에 가면 조금 외롭다는 생각도 들고, 공방으로 생활이 유지된다면 제가 나고 자란 정읍에서 지내고 싶어요.


"이곳은 지금 살고 있는 곳이자 앞으로 살아갈 곳이에요."

그렇다면 정읍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일상은 어떤가요?

직장인일 때와 비교하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요. 수익도 내가 노력한 만큼 더 벌 수도 있고요. 삶의 속도에서는 무척 느려졌어요. 작업 자체도 천천히 하고 있고요. 저는 이 속도가 맞는 것 같아요.

공방을 운영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3년 차까지는 창업하면서 생긴 빚을 갚는 게 목표였는데 다 이뤘어요. 새로운 목표는 저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곳을 쇼룸처럼 꾸미는 거예요. 지금 공방은 임대한 곳이라, 지속적으로 머무를 공간이 필요해요. 공간 자체를 이케아 쇼룸처럼 예쁘게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지금도 간혹 동네분들이 구경을 오시기는 하지만, 갖춰져 있는 것은 아니여서요. 본격적으로 구색을 갖춰나가려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표님에게 공방과 정읍은 어떤 의미인가요?

내가 살고 있는 곳.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곳이요.



가구 잘 만드는 공방 정보

찾아오는 길 | 전라북도 정읍시 시기동 245-11

이용방법 | 주문가구 제작은 개별 문의, 워크숍 희망자는 일주일 전 예약 필수

미리 보기 | 가구 잘 만드는 공방 네이버 블로그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백서희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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