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손을 움직여 일상의 쉼표를 찍는 곳, 토얼 도자기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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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편안한 쉼을 주는 곳이 됐으면 해요.


정읍의 재미 요소를 꼽자면 한 지역에 도심과 농촌이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건물이 빼곡한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곡식이 펼쳐진 농촌의 풍경을 볼 수 있죠. 특히 노랗게 물든 정읍의 들판은 우리에게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물합니다.

정읍의 도심에서 30여 분 떨어진, 논이 넓게 펼쳐진 정읍시 옹동면 마을에 한 도자기 공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정읍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김보정 대표가 운영하는 ‘토얼 art’ 도자기 공방입니다. 각종 도자 작품과 물레, 도자기를 활용한 화분이 놓인 공방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옵니다. 이곳은 한 창작자의 작업실이면서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이지요. 

방문자가 직접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곳. 고구마와 귤,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천천히 손을 움직여가며 작업의 감각으로 일상의 쉼표를 찍는 공방. 흙과 물이 좋은 정읍에 자리 잡은 이곳을 찾아갔습니다.



정읍에서 시작된 슬기로운 시골생활


정읍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옹동면에서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고 계시죠. 토박이도 아니시고요. 어떻게 이곳까지 오시게 됐는지 궁금해요.

원래 여기는 남편 쪽 조부모님이 살던 곳인데 지금은 저와 제 남편이 살고 있어요. 예전부터 나이가 들면 시골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왔거든요. 도자기 만드는 일을 하니까 넓은 공간도 필요했고요. 특히 옹동면이란 이름에 그릇 ‘옹(瓮)'자가 들어 있어요. 신기하게 지역의 이름이 제 작업과 연결되는 느낌인 거죠. 도자기 작업을 할 때 물이 중요한데, 정읍은 물이 깨끗한 지역이기도 해요. 정읍 자체에 우물 ‘정(井)’ 자가 있기도 하죠. 작업에 필요한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나중에는 여기 흙을 갖고 도자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해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시골에 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뭐였어요?

도시에서 살다 온 사람의 특징일 수도 있는데, 농촌 풍경이 그립더라고요. 여기 사는 분들에게는 그리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요. 어릴 적 친가나 외가에 가면 볼 수 있던 풍경과 비슷하죠. 방학 때 할머니 집에 가면 할머니가 나를 예뻐해 주시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 시골에 놀러 갔던 시절. 그때의 영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정읍에서 자리 잡는 과정은 어땠어요?

이곳에 내려오려면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갖춘 걸 풀어놓을 수 있는 곳, 정읍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요. 크게 새로운 삶을 기대했다거나 도시에서의 삶이 싫어서 온 건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정읍이 더 좋았어요. 여기 물이 깨끗하고 좋다는 느낌도 받았고, 게다가 집 근처를 걷다 보면 동진강이 보이는데 그곳에서 일몰을 바라보면 참 예쁘더라고요.



공예를 매개로 휴식을 경험하는 공간


지금 운영 중인 도자기 공방은 어떤 곳인가요?

개인 도자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찾아와 도자기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가족 단위나 친구 단위로 체험 신청을 하면 되고요. 일상생활용 그릇 만드는 법은 웬만큼 다 알려드릴 수 있어요. 도자 체험을 하면서 흙 밟기, 조형물 쌓기, 가마 불 지피기 등 제작 공정을 쉽게 볼 수 있고요. 프로그램이 끝나면 차를 마시거나 주변을 산책할 수 있도록 제안해요. 바쁜 일상에 치여 살았다면 공방에서만큼은 공예를 통해 천천히 흐르는 시간과 쉼을 경험할 수 있도록요.


공방 바로 옆에는 멋진 한옥 독채가 있어요. 마을 주민이신 만큼 숙소에 머물면서 지역분들만 아는 좋은 장소를 추천해주기도 하신다고요.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서, 먼 곳에서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숙식을 할 수 있도록 한옥 독채를 빌려드리고 있어요. 게다가 이 마을에는 정자가 많고 주민만 아는 조용하고 예쁜 곳들이 있어요. 자기만의 사색을 하면서 쉬고 싶은 분들에게 가볼 만한 몇몇 장소를 알려드리기도 해요. 


공방 겸 숙소인 이곳을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편인가요?

네, 이용하러 많이 오시는 편이에요. 주로 서울 경기권이나 부산에서 오는 경우가 많아요. 운영한 지 3년 차쯤 되면서부터 재방문 사례도 생기고 있어요. 공방 체험을 하기 위해 주변 학교 학생들이 찾아오기도 해요.


숙박을 하는 방문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정읍의 매력요소를 꼽는다면 뭔가요?

일단 내장산과 구절초가 있어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무성서원이 있어요. 교육적으로도 좋은 공간이죠. 마을의 뚝방길을 걸어보기도 하고, 논 위로 해가 지는 석양을 보는 것도 추천해요. 무엇보다 이 지역이 전라도인만큼 먹을거리가 풍부하거든요. 외부에서 오신 분들이 어느 식당에 가도 음식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공방 주변의 마을 이웃분들과의 관계도 궁금하네요. 

크게 배척하는 분들이 없어요. 일단 마을 어른들을 만나면 볼 때마다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드렸죠. 그러면서 알게 된 게, 도시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살다 보니 누가 누군지 잘 모르잖아요. 지역에 오면 개개인의 성향이 다 티가 나요. 저 사람은 말이 없구나. 저 사람은 재미있구나.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이제는 종종 만나 막걸리를 마시는 이웃들도 생겼어요. 마침 공방 부근에 지역의 유명한 양조장들이 많더라고요. 서울에 살 때는 몰랐는데 지역의 막걸리가 정말 맛있어요. 덕분에 도자 작업을 하면서 막걸리 술잔을 만들기도 해요(웃음).



새로운 삶의 도전을 해내게 한 곳, 정읍


정읍에 내려와서 공방 운영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신 걸로 알아요.

시골에 오면 조용히 작업만 하고 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찾아주신 분이 많아요. 구절초 축제에 참여하거나 전북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에 선정되기도 하고, 전국기능올림픽대회 전라북도 대표선수로 우수상도 받았고요. 어찌 보면 짧은 기간 안에 이런 경험들이 생긴 거예요. 앞으로의 일도 기대돼요.




앞으로 정읍에서의 삶이 기대된다면 무엇 때문 일지 궁금해요.

마을에 내버려 둔 공간이나 땅을 활용하고 싶어요. 현지인들이 묵었던 옛날 슈퍼마켓 같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공간들을 수리해서 민박을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도자기 공방에서 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려고요. 도자 작업을 담은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인데 그 과정에서 내가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는 걸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채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멀리 있는 외국에서도 제 존재를 알게 될 수도 있잖아요. 한 1년 후에는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 가서 한 달 정도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서로의 공방을 공유해보고 싶어요.


많은 사람과 연결될 정읍의 장소와 사람들. 그 안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생길 거라 기대됩니다. 그동안 도자기 공방 겸 숙소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대표님만의 소회로 마무리를 해보고 싶어요.

도자기와 흙, 좋은 물을 찾아 정읍까지 왔어요. 알고 봤더니 이 지역이 나라는 사람을 담을 수 있는 따뜻한 그릇이었어요. 앞으로도 정읍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 등 지역에 새겨진 수많은 이들의 흔적을 담아 작업하는 과정을 이어가고 싶어요.






토얼 art 도자기 공방 정보

찾아오는 길 | 정읍시 옹동면 산성길 19-5

이용방법 | 도자체험과 한옥 스테이 이용 시 전화 예약

미리보기 | 인스타그램, 유튜브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백서희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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