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의 온기를 전하는 정읍 샘고을 시장의 카페, 카페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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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읍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해온 샘고을 시장. 켜켜이 쌓인 시간 만큼이나 그곳에서 살아낸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 또한 계속 이어집니다. 옛날 느낌이 나는 서체와 빛바랜 페인트로 쓰인 가게 간판들. 이런 오래된 가게들 사이로 ‘카페' 입간판을 작게 세워두고 사람들을 맞이하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커피 등의 음료와 함께 싱싱한 속재료로 사람들의 마음을 채우는 김밥을 만드는 곳인데요. “샘고을 시장 유일한 감성카페이자 커피&김밥 맛집” 카페 들랑입니다. 


정읍에서 나고 자란 이소정 대표. 그는 가정을 이룬 후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오래 살아온 곳이자 가족들이 함께 하는 이곳 정읍을 일과 삶의 터전으로 정했습니다. 이곳에서 이 대표는 자기 삶의 모습에 맞는 형태로 시간을 낼 수 있는 일,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닌 스스로 자기의 일을 만드는 방식으로 생계를 꾸려갑니다.


카페들랑은 어떻게 샘고을 시장에 자리잡게 된 걸까요? 이소정 대표의 취향이 묻어난 이 가게는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으며 지내고 있을까요? 샘고을 시장에서 새롭게 시작된 카페들랑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고향에서의 새로운 도전 ‘창업'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어요.”


Q. ‘카페 들랑’이란 어감이 귀여워요. 어떻게 지은 이름이에요?

사람들이 가게에 들랑날랑 자주 들러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었어요. 의미는 쉽죠(웃음).



Q. 카페 내부를 보면 흰 배경에 의자, 조명, 책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요. 규모가 작아도 운영자의 취향을 담은 노력이 알차게 들어차 있달까요. 샘고을 시장의 다른 점포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요.

보통 촌스럽거나 투박하다는 식으로 시장에 대해 갖는 고정 이미지가 있잖아요. 시장에 대한 편견을 깨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고민이 인테리어 단계부터 반영된 거라고 보시면 되요. 가게 내부를 보면 벽 부분이 화이트 톤이고, 석고보드였던 천장은 뜯어내서 더 넓게 보이도록 했어요. 바닥 같은 경우도 옛날식의 바닥을 살려서 신경 썼고요. 전반적으로 환한 느낌의 가게가 됐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밖에서 봤을 때 “여기에 이런 게 생겼네?” 하면서 한번이라도 눈길을 끌 수 있게 만들었어요. 


Q.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니 가게를 올해 4월부터 시작하셨더라고요. 창업 때문에 정읍에 오신 걸까요? 아니면 원래부터 정읍에 연고가 있으셨던 거예요?

정읍에서 태어나 다른 지역에 나가 살다가 돌아와 정읍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어요. 대학교 이후에는 타지에서 15년 정도 살았고 다시 정읍으로 온 지 3년 정도 됐고요. 부모님을 포함해 저희 가족이 샘고을 시장 여기저기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요. 부모님이 연세가 드시고 힘든 부분도 있다 보니, 저희 보고 정읍에 와서 같이 살지 않겠냐 하는 제안을 받아서 오게 됐습니다. 남편은 정읍 옆 도시인 익산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인데, 풋풋한 대학생 때 만났고 서울에 살다가 아이들과 함께 정읍에 왔어요. 카페를 열 때 원래는 제가 혼자 운영하고 남편은 도움을 주는 정도를 생각했는데, 지금은 한 공간에서 제가 음식을 하면 남편이 그밖에 매장 정리나 손님 응대를 하는 식으로 함께 일해요.


Q. 정읍에 온 지 3년, 창업한 지 1년 정도인 기간을 감안하면 그 전까지 어느 정도 공백이 있네요.

그동안은 가정주부로 지냈어요. 사실 장사하는 데 반대했거든요. 가족이 일하는 걸 보면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랬는데 샘고을시장의 지금 자리에서 카페를 운영하게 된 거죠. 원래 이 공간이 제가 어릴적에 부모님이 작은 슈퍼를 하던 자리이고, 학교에 다닐 때는 이 공간 위에서 살기도 했어요. 어찌 보면 이곳이 저에게는 애증의 대상이자 특별한 공간이기도 해요. 


Q. 창업 아이템을 카페를 하게 된 이유는 뭐였어요?

원래 커피를 좋아했어요. 직접 내리는 걸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냥 편하게 마시는 걸 즐겼죠. 그러다 보니 예전부터 샘고을 시장에 와 가족을 만날 때면 커피 한 잔 사드리고 싶더라구요. 그런데 시장 근처에 마땅한 카페가 없던 게 생각났어요. 관광객들이 내장산에 왔다가 여행코스로 샘고을 시장에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샘고을 시장 자체도 역사가 오래된 곳이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시장을 돌아다닐 때 뭔가 마시면서 잠깐 앉아 쉴만한 공간이 없어 보였죠. 그런 걸 생각했을 때 아이를 키우며 카페를 해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나도 일을 시작해볼 수 있고 가계에도 보탬이 될 테니까요. 그렇게 카페를 시작했는데 가게를 열면서 운영 방향이 좀 달라졌어요.



샘고을 시장이기에 할 수 있는 시도



“시장분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것, 끼니를 해결할 메뉴를 추가했어요.”



Q. 카페 메뉴를 보니 기본적인 음료도 있지만 김밥 도시락 메뉴가 눈에 띄어요. 방향이 달라진 건 이런 부분에서일까요?

네 맞아요. 제가 김밥을 좋아해서 남편과 가족들에게 많이 만들어주곤 했거든요. 카페를 하면서 음료 외에 다른 메뉴를 준비하려 했고, 디저트 카페처럼 구운 과자나 빵 종류를 하기에는, 이 카페가 있는 샘고을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시장 분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것,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김밥을 메뉴에 추가했어요. 


Q.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주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 이 두 부분이 잘 맞아들어갔네요. 정읍이자 샘고을시장이기에 생각할 수 있는 조합이기도 하고요. 

창업 준비를 넉넉하게 할 형편이 안 되어서이기도 했지만, 내가 하는 것 중에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거든요.


Q. 그렇게 주변 상황을 고려해 메뉴를 구성하고 카페를 여셨잖아요. 운영해보니 어떠셨어요?

저희가 ‘카페'로 시작했기 때문에 김밥은 주가 아니었어요. 지금처럼 많이 찾아주실 거라 생각하지 않고 재료를 소량만 준비했죠. 근데 생각보다 손님들이 김밥을 정말 많이 찾으시는 거예요. 음식을 만들고 재료를 준비하는 데만 하루가 꼬박 흘렀던 기억이 나요. 김밥이 맛있다며 찾아온 상인분들이 계신데 상호명이 ‘카페'로 적혀있으니 못 찾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희가 일반 카페면 좀더 늦게 오픈해도 되는데 김밥을 팔다 보니 오전 중에 일찍 찾아오는 분들이 많으세요. 오전에 아이들을 등원 시키고 오면, 저는 매장을 청소하고 남편이 기계들을 켜기 시작해요. 커피 세팅을 포함해 여러 일을 분담해 재료 준비까지 마치면 10시 반 정도 되죠. 그때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식이에요. 



Q. 찾아온 분들 중에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있으실까요? 카페들랑의 메뉴를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반응이 정말 다양했어요. 그런 반응들을 마주하면서 의아하기도 했고 감동 받기도 했죠. 운영한 지 몇 달 정도 밖에 안 됐을 때 광주에서 찾아온 분들이 계셨어요.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인데 찾아오신 거죠. 정읍에 들렀을 때 어쩌다 카페들랑에 와서 김밥을 샀는데 맛있게 드셨나봐요. 그 기억을 갖고 나중에 광주에서 일부러 찾아오신 거죠.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서너 번씩 이요. 여기에 지인 소개로 가게에 찾아온 분들도 계셨고요. 저희 카페 옆에 농협이 있거든요. 거기 근무하는 분이 3개월 동안 내리 찾아와 식사하신 적이 있어요. 매일 드시면 물리지 않으실까 걱정되서 묻기도 했는데 괜찮다고 하면서 계속 와서 드시더라고요. 샘고을 시장의 상인들 중에서도 단골 고객들이 많이 생겼어요. 배달의 민족으로 배달 서비스도 하는데, 배달 신청하고 후기를 정성스레 써주신 분도 있어요. 저희가 바빠서 일일히 답장을 못 해드리고 있는데 정말 너무 감사해요. 


Q. 자신이 정성껏 꾸리는 가게에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주는 건 큰 기쁨이네요. 사람들이 카페들랑의 메뉴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가 특별히 예쁘거나 맛있게 음식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편안한 집밥 같은 김밥이죠. 가족들에게 만들던 방식을 고수하면서 재료 하나하나 깨끗이 씻어 곱게 손질해요. 샘고을 시장이 근처니까 좋은 재료를 가까이서 구할 수 있고요. 기교는 없지만 가족에게 만들어주는 그 맛으로 만들려고 하다 보니 그 맛 그대로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듯해요. 


Q. 재료 얘기가 나왔는데, 샘고을 시장 바로 가까이 있는 게 큰 장점이겠어요. 

왠만한 식재료들은 거의 다 샘고을 시장에서 구매해요. 일반 마트에서 구하기 보다 시장에서 더 좋은 맛의 재료를 구하는 식이죠. 무엇보다 저희 매장이 좁아서 식재료를 한꺼번에 구매해 쌓아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사야 하는데, 그럴 때 가까이 시장에 가서 금방 사오는 경우도 있어요. 



가족, 이웃과 함께 하는 일과 삶



“이 일을 하게 된 이유가 아이들, 가족 때문이죠.”

“여기 계신 사장님들과 잘 화합해서 재미나게 장사하고 싶어요.”



Q. 이렇게 카페가 성장하기까지 남편과 두 분이 함께 카페를 꾸려오셨잖아요. 부부가 함께 일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사소한 것들 때문에 많이 싸워요. 좁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부대끼다 보니 서로 예민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근데 저희가 몇개월 동안 일하면서 호흡을 맞췄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누구 중 한 사람이 없으면 이 일을 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일하면서 필요한 부분과 빠진 부분을 그때그때 채워주는 일, 그런 걸 대신해줄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싶죠. 지금은 서로 잘 하는 부분을 나누어서 남편은 커피 쪽을 많이 하고 저는 식사와 관련된 부분을 거의 맡아서 해요. 


Q. 그간 카페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어느덧 카페를 운영한 지 7개월 정도 됐는데 아직까지는 더 적응이 필요해요. 제 장사 자체가 처음이라 이렇게 힘든 줄 몰랐기도 하고요. 아이를 키우면서 병원에 데려가야 할 때가 있어 가게를 종종 비워야 할 때도 있어요. 정해진 시간에 늘 자리를 지키는 방식과는 다른 부분인데요.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아이들, 내 가족 때문이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가족들과의 시간을 잘 지내볼 방법을 찾아 고수하고 싶어요. 일과 쉼의 사이클이 정립되면 아이들과 함께 정읍의 이곳저곳을 가보고 싶어요. 내장산을 포함해 갈 곳이 많거든요. 음식 만드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제가 손이 빠른 편이 아니거든요. 손님이 찾아와서 음식을 주문하면 좀 기다려야 해요. 자주 오시는 분들은 그 패턴을 아니까 “몇시까지 갈게요" 하고 말해주고 찾아오시죠. 손님들도 그렇고 주변의 다른 분들이 배려해주시니까, 한결 편안하게 일할 수 있게 됐죠.


Q. 혹시 앞으로 사업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이 있으실까요?

요즘에는 공공기관에서 청년 일자리 관련 지원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소상공인들의 경우에는 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는 게 부담인데요. 저처럼 일손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급여를 지원해서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의 지원이 있었으면 해요.



Q. 끝으로 그간 카페에 찾아온 분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희 가게에 찾아와 주시는 주변 상인 사장님들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분들이 저희를 안 찾아오시고 다른 분들께 소개해주지 않으셨다면, 그냥 샘고을 시장 자체만 구경하고 가는 분들이 많았을 거예요. 주변 할머니들도 누군가가 밥 먹을 때 있냐고 물으면 “저곳 김밥 맛있어" 하고 안내해주시거든요. 가게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저희 때문에 샘고을 시장에 일부로 오는 분들도 생기더라고요. 저희 김밥과 커피를 사러 온 분들이 온 김에 떡이나 반찬을 사 가지고 가는 거죠. 저희가 잘 되면 주변 상인들도 함께 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메뉴도 좀더 개발해서 다양한 것들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죠. 여기 계신 사장님들과 잘 화합해서 재미있게 장사하고 싶어요.



주소: 전라북도 정읍시 우암로 16-10 

이용시간 : 8:30 - 19:00 / 일요일 휴무 / 김밥 주문 시 문의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afedlanc/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백서희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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