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농산물을 환경에 이로운 방식으로 바꾸는 맛집, 농가맛집 롤롤팜

조회수 991


쌍화보쌈 도시락, 전라도묵은지 참치김밥. 메뉴판에 있는 음식 이름들에서 정읍의 개성이 물씬 느껴지는 이곳. 이런 재미난 메뉴를 만날 수 있는 가게가 정읍천에 생겼습니다. 올해 5월부터 운영 중인 롤롤팜인데요. 이곳에서의 음식재료는 규격이나 시장 기준에 맞지 않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하는 ‘푸드 리퍼브'의 방식으로 구해집니다. 겉모양만 조금 못 생겼을 뿐 맛과 영양은 그대로인 농산물들. 이것들이 버려지지 않으니 그만큼 환경오염이 줄어들고, 우리의 건강함을 든든히 지켜주는 음식로 변신한다는 점에서 좋은 순환이 일어나죠.



옛부터 물과 땅이 좋아 농업이 특화된 정읍. 이는 지금도 여전한 자랑거리입니다. 씨없는 수박, 토마토, 딸기 등 정읍 특산물이라 불리는 농산물의 맛과 품질이 좋습니다. 이렇게 건강한 땅과 물에 둘러쌓여 자라난 먹거리들. 그 농산물을 사람들에게 보다 친근한 방식으로 전하려는 정읍천의 가게, 롤롤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정읍에서 농가맛집을 시작하다



“최근 농업은 생산에서 가공과 체험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있어요”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아기 셋 엄마이자 농가맛집 ‘롤롤팜’을 운영하는 이주희입니다. 아동복지학과를 나와 어린이집 문화센터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다가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남편을 따라 정읍에 와서 6년째 살고 있어요. 남편의 농사일을 도와 같이 하기 시작했는데요. 정읍에서 딸기와 수박농장을 하다가 농작물을 가공해 요리를 만들어보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부터 롤롤팜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Q. ‘농가맛집’이란 말을 처음 들어요. 어떤 건가요? 

그간 농가들이 농사만 했다면 지금은 키운 농산물을 활용해 음식을 만들고 가게도 운영하는 거예요. 얼마 전부터 이와 관련된 공공 지원사업이 활성화됐고, 지금은 그 흐름이 충북 충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농가카페’ 같은 지원사업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1차 산업인 농업이 생산에서 가공, 체험까지 이어지는 6차 산업으로 가는 흐름이죠. 농업인들이 지역 별 농업기술센터 내의 가공센터 시설을 활용해 청이나 과일칩을 만들기도 합니다.


Q. 농사 일만 계속 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처럼 요리도 하고 가게까지 내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전에도 못난이 농산물을 음식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제가 일하는 농가 외에 정읍에서 어머님이나 아버님이 지은 농작물을 좀더 가치화시키려 고민했고요. 농산물을 활용한 쌈밥이나 수제 도시락 같은 아이템도 생각했죠. 원래는 제 아이들과 요리체험을 경험한 이후로 농장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하려 했어요. 햄과 소시지 없는 김밥을 만드는데, 채소를 안 먹던 아이들도 직접 만든 음식을 먹는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니 저도 그런 걸 해보고 싶었거든요. 다만 코로나 상황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줄어 번외사업으로 롤롤팜을 시작한 건데, 처음 계획과 달리 사업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되었어요.



농가맛집의 성장 과정



“지원사업 활용, 케이크 키트제작 등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다 해봤어요.”



Q. 사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이라 해서 1년에 몇 명을 뽑는 지원사업이 있어요. 작년에 이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지원금을 받은 지 이제 2년차예요. 만 40세까지 지원할 수 있는데 지역별로 지원대상자에 선정되면 3년 동안 1년 차에는 매달 100만원, 2년 차 대는 90만원, 3년차 때는 80만원씩 지원되요. 오랫동안 지원을 해주시는데, 대신 해당 기간 동안 농업 외의 다른 활동을 하면 안되요.

지원사업에 선정됐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농장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고민됐어요. 수많은 농장 중 우리 농장을 어떻게 알릴지도 중요했고요. 고민 끝에 딸기를 이용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 키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식으로 여러 시도를 해보기 시작했어요. 운영 중인 인스타그램에도 올리고요. 전에 베이킹에 관심 있어 배웠던 경험을 활용한 건데,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 해본 거 같아요.



Q. 자신의 경험을 덧대어 하나씩 해본 시도들이 지금의 롤롤팜을 하게 된 계기가 되줬네요. 그런 경험이 하나의 사업으로 성장하려면 음식점을 해나갈 뚜렷한 공간이 필요했을 텐데요. 지금의 롤롤팜 가게자리는 어떻게 찾아내신 거예요?

아이를 가게 근처 초등학교에 보내거든요.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길에 지금의 가게 자리가 계속 보였어요. 적당한 공간 크기에 아담한 테라스, 그런 부분이 눈에 들어와 건물 주인분을 찾아갔죠. 임대 문의를 했을 때 처음에는 안 내어놓겠다 하셨거든요. 몇번의 문의 끝에 허락해주셨는데, 건물주 아내분이 여기서 김밥집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하려는 일과 코드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1인 운영 형태로 가게를 시작했는데 제가 힘들어 하니까 친한 언니들이 와서 가게 일을 도와주고 있어요.



Q. 롤롤팜 메뉴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람들이 주로 찾는 메뉴가 있다면 그런 것도 알려주세요.

김밥과 쌈밥 도시락, 과일이랑 커피가 같이 들어간 도시락이 있어요. 예전에 부드러운 오란다를 만들어 판 적이 있어서 그것도 사이드 메뉴에 넣었구요. 농산물로 만든 샐러드를 계획했는데 가게에 찾아와 음식을 먹은 사람들 대부분 김밥이 맛있다고 해서 그게 주가 됐죠. 김밥 메뉴 중에는 전라도묵은지 참치김밥이 제일 인기 있어요. 6월부터 시작했으니 가게 오픈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손님들이 찾아와주세요. 이틀에 한 번씩, 혹은 5일 연속 와서 김밥을 사드시는 분도 계셨어요. 이밖에 정읍 농산물 중에 토마토가 대표  작물인데 제가 생산한 딸기와 토마토를 넣은 음료도 있어요.



사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로 자신의 일 만들기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더해보며 자기의 일을 만들어갈 수 있더라구요.”


Q. 사업을 한다고 하면 큰 도시로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막연히 있었는데 말씀을 듣다보니 꼭 그렇지 않은 듯해요. 사는 곳에서 본인의 방식대로도 해볼 수 있겠다 싶어요. 지원사업 등 지역에서 마련된 도움을 잘 활용하신 부분도 기억에 남아요.

최근에 지금 하는 일로 전북경제통산진흥원에서 하는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에 지원해 대상자로 선정이 됐는데요. 시청이나 기술센터, 전북경제통상진흥원 같은 데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 정보가 많이 올라와 있어요. 일과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더해보면서 자기의 일을 만들어갈 수 있더라고요. 내가 관심 있는 걸로 내 일을 한다는 게 좋아요. 해보고 싶었던 거를 다 넣어버린 건데 그게 재밌어요. 친한 언니들도 이렇게 도와주러 오고, 얘기도 하면서 즐겁게 일해나가고 있죠.

친정엄마는 막내가 좀 어리니까 좀 키워놓고 일하지, 그렇게 말씀하시기도 해요. 첫째가 초등학교 4학년이고 둘째가 초등학교 2학년이고 막내가 5살거든요. “그래도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니까 재밌어.” 엄마한테 이렇게 말씀드려요.



Q. 아이들한테는 엄마가 좋아하는 뭔가를 찾아 그걸 일로 꾸려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다가갈 것 같아요. 그 삶을 살아내는 것 자체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도록 자연스레 응원해주시는 것 같고요.

저는 공부를 잘 하지 않았지만 어린시절에 계속 공부를 하라는 압력이 있었어요. 스스로 그런 부분을 낭비라 생각해서인지,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다고 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계속 찾아주려 해요. 큰 딸도 중국어를 관심이 생겨 공부하거든요. 좋아하는 걸 해야 스스로 움직이게 되요.


Q. 일과 육아, 이웃과 함께 하는 정읍에서의 삶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정읍에서의 삶은 어떠세요?

우선 내 장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같은 아파트 사는 언니들이나 제가 어린이집 근무하면서 알게 된 학부모님들도 있고, 또 정읍에서 친해진 언니들도 생겼어요. 한 다리 건너면 다 서로 알아요. 도시에서 살 때는 아무리 친해도 이렇게 연결이 끈끈하지 않았거든요. 여기서는 서로 연결된 사람들이 저에게 도움을 주니 많이 감사해요.

정읍에 아이들이 경험할 거리도 많아요. 과학관이나 시립 미술관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해요. 시립 박물관에서도 괜찮고 내장산만 가도 좋아요. 이렇게 좋은 자연이 가까운 데 있잖아요. 정읍은 작은 곳이지만 아이들이 갈 데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Q.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펼쳐질 정읍에서의 삶과 일 모두 응원합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어요.

예전에 농축산식품부와 식생활교육 국민네트워크에서 주최한 푸드플랜 양성과정에 참여한 적 있어요. 그 교육에서 가장 강조했던 게 푸드 리퍼브와 바른 먹거리였거든요. 아이들한테 환경에 덜 해가 가도록 하는 먹거리를 알자는 거였죠. 아이들에게 체험을 통해 우리 농산물과 먹거리에 대해 다양하게 알려주고 싶어요. 가을이 되면 선선해지니까 가게 앞 테라스에서 텃밭체험을 해서 모종 심기를 하거나 야채로 요리 활동까지 해보면 좋겠어요.

롤롤팜이 찾아오는 분들께 집밥 같은 스타일로, 과하게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편안하게 있다가 가실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올해 안에 농산물과 관련한 체험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그런 프로그램에 더 적합한 공간이 되도록 롤롤팜 공간을 조금 더 넓히고 싶고요. 



주소: 전라북도 정읍시 상동 282-6

시간: 계절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전화문의)

전화: 070-4060-7707

SNS: https://www.instagram.com/dooson_o/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백서희 포토그래퍼

8 0



Contact


조인정읍에 대해 궁금하다면,

아래의 메일을 통해 연락주세요.

joynje@underdogs.co.kr


Copyright ⓒ underdog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