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에서 발달지연 아동들이 편하게 있을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여름이 되면 정읍천은 나뭇잎과 풀이 우거져 사방이 짙은 초록으로 물듭니다. 이런 정읍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자신만의 특색이 있는 정읍만의 공간이 곳곳에 눈에 띄는데요. 정읍에 자리잡은 조인정읍의 공유가게들, 정읍에 돌아온 청년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더하며 운영하는 가게들이 산책자의 눈길을 끕니다.
그런 가게들 사이에서 정읍천을 지키는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발달지연 아동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언어발달센터 ‘톡앤터치'입니다. 말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언어치료처럼, 센터 마당에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이곳을 찾아오는 아이들에게는 ‘파란 대문이 있는 집'으로 마음에 새겨진 곳. 공간이 주는 느낌만큼이나 포근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을 지닌 김지언 센터장님을 만났습니다.
정읍에서 톡앤터치를 열기까지
“정읍에서 발달지연 아동들이 편하게 있을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Q. 정읍천변을 걷다가 톡앤터치 건물을 찾아 들어왔는데 아늑하고 예뻐서 깜짝 놀랐어요. 파란색 문이나 가구, 그림액자 등 공간 내부에서도 편안함을 주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언어치료를 위한 이런 공간이 정읍에 있었네요.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 제가 직접 참여했어요. 건물 공사일에 참여할 분들을 찾아다니고 남편과 함께 집의 형태를 스케치해 건축설계를 맡기기도 했죠. 공간 내부에서 사용하는 책상도 제 손을 거친 거예요. 조명도 조금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붉은 빛을 사용했고요. 공간의 전체적인 형태도 ㄱ자로 해서 폭 안기는 느낌을 주려 했어요.
Q. 발달지연 아동들을 대상으로 언어치료를 하고 계시죠. 이 일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건지, 일과 생활의 터전으로 다시 정읍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아버지의 고향인 정읍으로 초등학생 때 이사와 살았어요.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쭉 정읍의 바깥에서 살았고요. 대학 졸업 후 노인분야의 사회복지사로 일하다가 언어치료하는 분을 만나 해당 분야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공부를 시작했어요. 일을 하면서 대학원에 다니고 아이도 출산했습니다.
가족과 용인에서 살 때 학원을 여러 곳 다니는 앞집 아이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어요. 대도시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없더라고요. 계속 용인에 살면 저도 아이들을 그렇게 키울 것 같았어요. 결국 아이들과 정읍으로 왔습니다. 다른 기관에 취직했다가, 아이들이 많이 큰 다음부터는 톡앤터치라는 이름으로 정읍에서 제가 직접 운영하는 언어치료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발달지연 아동들이 편하게 있을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좋은 기회가 닿아 지금처럼 이 자리에 자리잡은 게 2020년 12월의 일이에요.
Q. 대도시에서도 아이들의 발달문제가 많이 얘기되고 있는데요. 정읍같은 소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인지 정읍천변에 자리잡은 톡앤터치가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느껴져요.
정읍에서 발달지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치료를 위해 전주나 광주로 많이 가요. 치료를 담당하는 선생님과 맞지 않다거나 전문성을 의심해서 먼 도시로 가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톡앤터치를 정읍에 오픈한 것도 있어요. 가까운 곳에서 저희가 충분한 전문성을 갖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사는 곳'으로서의 정읍
“정읍은 조용하고 안전한 도시에요"
Q. 일하는 곳이 아닌 사는 곳으로서의 정읍에 어떻게 느끼시는지 알고 싶어요.
제가 떠나기 전의 정읍을 떠올리면 아파트가 별로 없었어요. 지금처럼 이렇게 높은 빌딩들이 보이지도 않았어요. 지금은 주택들이 많아졌고 후미진 골목도 많이 정비된 것 같아요. 제가 사람 만나는 일을 하지만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진 않는데요. 그런 점을 생각하면 정읍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대도시에 살았던 때처럼 누리고 즐겼던 것들이 없고, 이른 저녁이 되면 문 닫는 곳이 많지만 대신 저녁 늦은 시간에 운동해도 위험하지 않아요.
Q. 톡앤터치가 자리잡은 정읍천을 보니 체육시설이 잘 되어 있더라고요.
조명이 굉장히 밝은 편이어서 11시를 넘겨도 정읍천에서 달리기를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만큼 안전한 도시라 아이들 키우기에도 좋죠. 회사생활을 하는 남편을 생각하면 조금 어렵지만, 저처럼 아이들을 조용해 키우면서 일을 하기에는 굉장히 좋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가족 전체가 정읍에서 오롯이 생활하지는 않고 주말부부의 형태로 살고 있어요.
Q. 말씀을 듣다 보니 정읍에 계속 계시진 않아도 일하고 생활하는 곳으로서 삶의 기반을 두고, 다른 지역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하면서 생활반경을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같이 생각하게 되네요. 아이들에게는 정읍의 삶에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제가 정읍에 살게 되면서 아이들도 정읍의 초등학교에 다니게 했어요. 대도심의 학생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 수업을 많이 했잖아요. 비대면 수업에서는 수업에 계속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정서교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심리적 공백이 크죠. 그런 상황에서 저희 아이들은 정읍의 초등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하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톡앤터치에서 펼쳐지는 일상
“전문성이 있는, 편안한 언어치료 공간으로 톡앤터치를 꾸리고 있어요.”
Q. 사는 곳으로서의 정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는 언어치료사로서 생업을 일구는 정읍에서의 일상에 대해 여쭤볼게요. 우선 운영자로서 톡앤터치를 꾸리며 생각하고 챙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건 치료사들의 전문성이에요. 그게 없으면 아이들과 자신있게 만날 수 없거든요. 두 번째로는 공간의 편안함이에요. 아이들이 누구든지 들어와 이곳의 문을 열었을 때 뒹굴고 구르면서 아무나 놀 수 있기를 바랐어요. 이런 마음 덕분인지, 저희가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초반에 찾아온 어머니들이 이곳을 소개해주시면서 자연스레 다른 아이들이 찾아와 수업을 함께 하게 됐어요. 다른 곳에서 치료받을 때 적응 못 하던 친구들이 이곳에 와서 상태가 호전되기도 했죠. 정읍에 사는 어머니들 입장에서는 사는 곳 가까이에 있는 곳이라 더 편안하게 생각하셨을 거예요.
Q. 톡앤터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달지연 아동들의 어머니들도 중요하지만 이웃들과의 관계도 계속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건물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 이후 아이들이 언어치료를 받으러 찾아오면서 주변 이웃들과 마주치는 과정도 있을 테니까요.
저희 앞 건물에 계시는 분들이 대가족이에요. 톡앤터치 건물공사를 하면서 먼지도 많이 날리고 저녁 늦게까지 작업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한번도 뭐라고 하신 적이 없었어요. 너무 감사하고 죄송했죠. 그곳 분들이 제가 인부분들을 못 챙길 때 간식이나 커피도 건네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수업을 하다 보면 손님맞이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집 분들이 아이들의 간식을 챙겨주시기도 해요.
정말 이웃분들에게 감사한 게, 톡앤터치에 찾아오는 아이들이 예측 못하는 상황을 만들 때가 있거든요. 말을 못 하기도 하고 갑자기 대성통곡 할 때도 있죠. 신이 나서 소리 지르며 뛰어나가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을 이웃분들이 다 보실텐데 아무런 말을 안 하시고 아이들을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정읍에서 일과 삶을 꾸려가는 마음
“전문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소통하면 진심이 통해요.”
Q. 톡앤터치를 꾸려간 지도 벌써 2년 가까이 되고 있죠.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잘 되어가는 것도,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1년이 지난 지금은 수업이 부족하지 않게 운영되는 중이에요. 지금은 발달지연 친구들 외에 ADHD 아동, 경계선 지능의 아이들이나 난독증처럼 독해나 문해력이 조금 부족한 친구들이 찾아와요. 성인분들도 조금씩 찾아오고 계시고요. 전문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소통하다 보면 진심이 통한다는 걸 알았죠. 지금 톡앤터치에 찾아오는 어린 친구들이 성인이 됐을 때도 상담 가능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래서 그 친구들과 같이 할 수 있는 뭔가를 찾는 게 한 5년 정도 후의 목표에요.
Q. 계속 새로운 꿈이 생기는 모습이 멋있어요. 자신을 위해서이기보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꾸는 꿈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고요.
어떤 면에서는 지금 정도의 시도에서 멈춰도 싶기도 해요. 작년에 반응성 상호작용(RT)이란 새로운 영역을 접해서 상담치료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계속 가고 싶기도 하죠.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직접 만나면 또 새로운 꿈을 꾸게 되요.
Q. 톡앤터치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보며 느끼는 센터장님만의 마음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발달 지연이 있는 친구들과, 사회성이나 다른 영역에서 어려움을 갖는 친구들이 톡앤터치로 찾아오는 거잖아요. 이 친구들에게는 외부에서는 따뜻한 시선을 받거나, 자기들의 감정상태나 환경을 물어봐주는 경우가 굉장히 흔치 않아요. 근데 이 친구들은 말로 표현하는 게 서툰 대신 외부 상황을 느낌적으로 더 잘 받아들이거든요. 그런 아이들한테 한번 더 같이 얘기해주고 눈을 맞추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자세를 낮추고 같이 바닥에 앉아 놀이를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일. 아이들이 잘하는 것을 봐주고 관심과 사랑을 쏟는 일. 식물을 키우는 것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 비슷하다고 느껴요.
Q. 마지막으로 센터장님처럼 정읍에서 자신만의 뭔가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당부의 말씀을 남겨주세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사람들이 정읍에 발 들일 수 있는 문턱을 낮출 지원사업이 있었으면 해요.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한다기 보다,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에서 정보를 찾지 못해 시도를 할 수 없게 하지는 말자는 차원에서요. 사업적으로 충분히 준비된 상황에서 뒷받침되는 정보가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주소: 전라북도 정읍시 벚꽃로 443
이용시간 : 월~금 11:00 - 18:00
전화 : 070-8565-5595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백서희 포토그래퍼
“정읍에서 발달지연 아동들이 편하게 있을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여름이 되면 정읍천은 나뭇잎과 풀이 우거져 사방이 짙은 초록으로 물듭니다. 이런 정읍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자신만의 특색이 있는 정읍만의 공간이 곳곳에 눈에 띄는데요. 정읍에 자리잡은 조인정읍의 공유가게들, 정읍에 돌아온 청년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더하며 운영하는 가게들이 산책자의 눈길을 끕니다.
그런 가게들 사이에서 정읍천을 지키는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발달지연 아동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언어발달센터 ‘톡앤터치'입니다. 말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언어치료처럼, 센터 마당에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이곳을 찾아오는 아이들에게는 ‘파란 대문이 있는 집'으로 마음에 새겨진 곳. 공간이 주는 느낌만큼이나 포근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을 지닌 김지언 센터장님을 만났습니다.
정읍에서 톡앤터치를 열기까지
“정읍에서 발달지연 아동들이 편하게 있을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Q. 정읍천변을 걷다가 톡앤터치 건물을 찾아 들어왔는데 아늑하고 예뻐서 깜짝 놀랐어요. 파란색 문이나 가구, 그림액자 등 공간 내부에서도 편안함을 주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언어치료를 위한 이런 공간이 정읍에 있었네요.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 제가 직접 참여했어요. 건물 공사일에 참여할 분들을 찾아다니고 남편과 함께 집의 형태를 스케치해 건축설계를 맡기기도 했죠. 공간 내부에서 사용하는 책상도 제 손을 거친 거예요. 조명도 조금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붉은 빛을 사용했고요. 공간의 전체적인 형태도 ㄱ자로 해서 폭 안기는 느낌을 주려 했어요.
Q. 발달지연 아동들을 대상으로 언어치료를 하고 계시죠. 이 일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건지, 일과 생활의 터전으로 다시 정읍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아버지의 고향인 정읍으로 초등학생 때 이사와 살았어요.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쭉 정읍의 바깥에서 살았고요. 대학 졸업 후 노인분야의 사회복지사로 일하다가 언어치료하는 분을 만나 해당 분야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공부를 시작했어요. 일을 하면서 대학원에 다니고 아이도 출산했습니다.
가족과 용인에서 살 때 학원을 여러 곳 다니는 앞집 아이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어요. 대도시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없더라고요. 계속 용인에 살면 저도 아이들을 그렇게 키울 것 같았어요. 결국 아이들과 정읍으로 왔습니다. 다른 기관에 취직했다가, 아이들이 많이 큰 다음부터는 톡앤터치라는 이름으로 정읍에서 제가 직접 운영하는 언어치료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발달지연 아동들이 편하게 있을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좋은 기회가 닿아 지금처럼 이 자리에 자리잡은 게 2020년 12월의 일이에요.
Q. 대도시에서도 아이들의 발달문제가 많이 얘기되고 있는데요. 정읍같은 소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인지 정읍천변에 자리잡은 톡앤터치가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느껴져요.
정읍에서 발달지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치료를 위해 전주나 광주로 많이 가요. 치료를 담당하는 선생님과 맞지 않다거나 전문성을 의심해서 먼 도시로 가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톡앤터치를 정읍에 오픈한 것도 있어요. 가까운 곳에서 저희가 충분한 전문성을 갖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사는 곳'으로서의 정읍
“정읍은 조용하고 안전한 도시에요"
Q. 일하는 곳이 아닌 사는 곳으로서의 정읍에 어떻게 느끼시는지 알고 싶어요.
제가 떠나기 전의 정읍을 떠올리면 아파트가 별로 없었어요. 지금처럼 이렇게 높은 빌딩들이 보이지도 않았어요. 지금은 주택들이 많아졌고 후미진 골목도 많이 정비된 것 같아요. 제가 사람 만나는 일을 하지만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진 않는데요. 그런 점을 생각하면 정읍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대도시에 살았던 때처럼 누리고 즐겼던 것들이 없고, 이른 저녁이 되면 문 닫는 곳이 많지만 대신 저녁 늦은 시간에 운동해도 위험하지 않아요.
Q. 톡앤터치가 자리잡은 정읍천을 보니 체육시설이 잘 되어 있더라고요.
조명이 굉장히 밝은 편이어서 11시를 넘겨도 정읍천에서 달리기를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만큼 안전한 도시라 아이들 키우기에도 좋죠. 회사생활을 하는 남편을 생각하면 조금 어렵지만, 저처럼 아이들을 조용해 키우면서 일을 하기에는 굉장히 좋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가족 전체가 정읍에서 오롯이 생활하지는 않고 주말부부의 형태로 살고 있어요.
Q. 말씀을 듣다 보니 정읍에 계속 계시진 않아도 일하고 생활하는 곳으로서 삶의 기반을 두고, 다른 지역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하면서 생활반경을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같이 생각하게 되네요. 아이들에게는 정읍의 삶에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제가 정읍에 살게 되면서 아이들도 정읍의 초등학교에 다니게 했어요. 대도심의 학생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 수업을 많이 했잖아요. 비대면 수업에서는 수업에 계속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정서교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심리적 공백이 크죠. 그런 상황에서 저희 아이들은 정읍의 초등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하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톡앤터치에서 펼쳐지는 일상
“전문성이 있는, 편안한 언어치료 공간으로 톡앤터치를 꾸리고 있어요.”
Q. 사는 곳으로서의 정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는 언어치료사로서 생업을 일구는 정읍에서의 일상에 대해 여쭤볼게요. 우선 운영자로서 톡앤터치를 꾸리며 생각하고 챙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건 치료사들의 전문성이에요. 그게 없으면 아이들과 자신있게 만날 수 없거든요. 두 번째로는 공간의 편안함이에요. 아이들이 누구든지 들어와 이곳의 문을 열었을 때 뒹굴고 구르면서 아무나 놀 수 있기를 바랐어요. 이런 마음 덕분인지, 저희가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초반에 찾아온 어머니들이 이곳을 소개해주시면서 자연스레 다른 아이들이 찾아와 수업을 함께 하게 됐어요. 다른 곳에서 치료받을 때 적응 못 하던 친구들이 이곳에 와서 상태가 호전되기도 했죠. 정읍에 사는 어머니들 입장에서는 사는 곳 가까이에 있는 곳이라 더 편안하게 생각하셨을 거예요.
Q. 톡앤터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달지연 아동들의 어머니들도 중요하지만 이웃들과의 관계도 계속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건물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 이후 아이들이 언어치료를 받으러 찾아오면서 주변 이웃들과 마주치는 과정도 있을 테니까요.
저희 앞 건물에 계시는 분들이 대가족이에요. 톡앤터치 건물공사를 하면서 먼지도 많이 날리고 저녁 늦게까지 작업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한번도 뭐라고 하신 적이 없었어요. 너무 감사하고 죄송했죠. 그곳 분들이 제가 인부분들을 못 챙길 때 간식이나 커피도 건네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수업을 하다 보면 손님맞이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집 분들이 아이들의 간식을 챙겨주시기도 해요.
정말 이웃분들에게 감사한 게, 톡앤터치에 찾아오는 아이들이 예측 못하는 상황을 만들 때가 있거든요. 말을 못 하기도 하고 갑자기 대성통곡 할 때도 있죠. 신이 나서 소리 지르며 뛰어나가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을 이웃분들이 다 보실텐데 아무런 말을 안 하시고 아이들을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정읍에서 일과 삶을 꾸려가는 마음
“전문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소통하면 진심이 통해요.”
Q. 톡앤터치를 꾸려간 지도 벌써 2년 가까이 되고 있죠.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잘 되어가는 것도,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1년이 지난 지금은 수업이 부족하지 않게 운영되는 중이에요. 지금은 발달지연 친구들 외에 ADHD 아동, 경계선 지능의 아이들이나 난독증처럼 독해나 문해력이 조금 부족한 친구들이 찾아와요. 성인분들도 조금씩 찾아오고 계시고요. 전문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소통하다 보면 진심이 통한다는 걸 알았죠. 지금 톡앤터치에 찾아오는 어린 친구들이 성인이 됐을 때도 상담 가능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래서 그 친구들과 같이 할 수 있는 뭔가를 찾는 게 한 5년 정도 후의 목표에요.
Q. 계속 새로운 꿈이 생기는 모습이 멋있어요. 자신을 위해서이기보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꾸는 꿈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고요.
어떤 면에서는 지금 정도의 시도에서 멈춰도 싶기도 해요. 작년에 반응성 상호작용(RT)이란 새로운 영역을 접해서 상담치료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계속 가고 싶기도 하죠.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직접 만나면 또 새로운 꿈을 꾸게 되요.
Q. 톡앤터치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보며 느끼는 센터장님만의 마음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발달 지연이 있는 친구들과, 사회성이나 다른 영역에서 어려움을 갖는 친구들이 톡앤터치로 찾아오는 거잖아요. 이 친구들에게는 외부에서는 따뜻한 시선을 받거나, 자기들의 감정상태나 환경을 물어봐주는 경우가 굉장히 흔치 않아요. 근데 이 친구들은 말로 표현하는 게 서툰 대신 외부 상황을 느낌적으로 더 잘 받아들이거든요. 그런 아이들한테 한번 더 같이 얘기해주고 눈을 맞추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자세를 낮추고 같이 바닥에 앉아 놀이를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일. 아이들이 잘하는 것을 봐주고 관심과 사랑을 쏟는 일. 식물을 키우는 것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 비슷하다고 느껴요.
Q. 마지막으로 센터장님처럼 정읍에서 자신만의 뭔가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당부의 말씀을 남겨주세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사람들이 정읍에 발 들일 수 있는 문턱을 낮출 지원사업이 있었으면 해요.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한다기 보다,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에서 정보를 찾지 못해 시도를 할 수 없게 하지는 말자는 차원에서요. 사업적으로 충분히 준비된 상황에서 뒷받침되는 정보가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주소: 전라북도 정읍시 벚꽃로 443
이용시간 : 월~금 11:00 - 18:00
전화 : 070-8565-5595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백서희 포토그래퍼